미시 세계의 물체들이 이동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운동 원리가 처음 밝혀졌다. 미세한 크기의 로봇을 만드는 등 다양한 연구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연구 결과다.
UNIST(총장 이용훈)는 물리학과 정준우 교수팀이 액정이라는 물질 안에서 주기적으로 크기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물체들이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5일 알렸다. 이 현상의 원인을 설명할 이론 모형도 함께 제시했다.
대칭을 이루는 공 모양인 공기 방울은 모든 방향으로 일정하게 커지거나 줄어들어 그 중심이 움직일 수 없지만 액정에 들어있는 공기 방울은 그 움직임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각종 디스플레이에 널리 사용되는 액정은 액체처럼 흐르지만 고체처럼 정렬된 구조를 지닌다. 연구팀은 머리카락 굵기 정도의 지름을 가지는 공기 방울을 액정에 넣고 압력을 조절했다.
풍선에 바람을 넣었다 뺐다 하는 것처럼 공기 방울의 크기를 주기적으로 변형시켰다. 공기 방울의 크기에 변화를 주니 물리학의 법칙을 무시하듯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물 안에서는 크기가 변해도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연구팀은 이런 현상을 물리학적으로 설명했다. 액정은 공기 방울 옆에서 구조가 흐트러지며 위상 결점이라는 특별한 구조를 만든다. 결점이 공기 방울의 어느 한쪽 부분에서만 만들어지기 때문에 방울의 대칭적인 모양에도 불구하고 한 방향으로 더 큰 힘을 받을 수 있다.
크기가 변하는 방울은 액정을 밀거나 당기면서 액정의 구조를 흐트러뜨린다. 이 현상으로 방울이 커질 때와 작아질 때 서로 다른 크기의 힘이 방울에 전해진다. 방울이 커졌다 작아졌다 주기를 거듭할수록 한쪽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제1저자 김성조 연구원은 “대칭적인 물체가 대칭적인 움직임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최초로 관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액정을 넘어선 다양한 종류의 복잡한 유체에도 같은 원리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준우 교수는 “시공간의 대칭성이 깨지는 것은 미시 세계의 운동에서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 흥미로운 결과”라며, “미세한 크기의 로봇을 만드는 연구에도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세계적 권위의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2월 9일 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연구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기초과학연구원, 슬로베니아 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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