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대구시의 핵심 숙원사업이자 2030년 개항 목표인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건설 및 민자고속도로 개통 지원, 로봇·미래 모빌리티 산업과 디지털 산업 육성과 관련해 "혁명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정부가 과감한 지원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첨단 신산업으로 우뚝 솟는 대구'를 주제로 16번째 민생토론회를 주재하고 "대구를 한 번 바까보겠다('바꿔보겠다'의 대구·경북 방언)"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경북도청 소재지이자 섬유산업·삼성의 발원지였던 대구의 과거 위상을 언급한 후 "우리의 정신을 혁명적으로 바꾼 박정희 대통령의 새마을 운동도 가까운 청도를 발원지로 해 대구 경북에서 가장 먼저 깃발을 올렸다"고 회상했다.
윤 대통령은 "이처럼 대구가 대한민국 발전의 큰 역할을 해왔지만 지금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구가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오래된 산업구조를 혁신해야 하고, 낡은 교통 인프라도 확실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정부는 과감한 지원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2030년 개항 목표인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의 차질 없는 건설과 서대구·신공항·의성을 연결하는 광역급행철도를 건설해 연계 고속 교통망을 확충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에 나선다. 우선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건설을 차질 없이 추진해 대구 교통망 혁신의 기폭제로 만들겠다는 게 윤 대통령의 구상이다.
윤 대통령은 "신공항 건설은 제 대선 때 여러분께 드린 약속이면서도 대구시민의 오랜 염원"이라며 "2030년 개항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신공항 건설의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연계 고속교통망도 확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공항 건설을 담당할 특수목적법인(SPC) 구성에 시간이 걸리는 것과 관련, 윤 대통령은 국토부에 "LH라든지, 공항공사 같은 공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SPC가 빨리 출범할 수 있도록 서둘러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또 신공항 개항 시기에 맞춰 팔공산을 관통하는 민자고속도로가 순조롭게 개통돼 동대구와 동군위 간 접근성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도심 군부대 이전을 위해 후보지가 연내 결정될 수 있게 하고, 기존 공항 부지는 첨단산업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며 "이를 통해 군 임무수행 여건을 개선하고, 대구·경북 지역 경제를 활성화함과 동시에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교통망 확충뿐만 아니라 대구 서남부는 로봇·미래모빌리티, 동부는 디지털 연구개발(R&D)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대구가 전통적으로 강점을 가진 기계와 금속, 부품 산업을 토대로 로봇과 미래 모빌리티가 산업을 이끌어가게 될 것"이라며 "대구가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 R&D 전진기지로 크게 도약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달성군의 '국가 로봇 테스트필드'에 2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국가 로봇 테스트필드는 물류, 상업, 생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실제 환경과 비슷하게 만든 공간에서 로봇의 서비스 품질, 안전성, 신뢰성 실증을 진행하는 공간이다.
윤 대통령은 또 대구 수성알파시티를 '국가 디지털 혁신지구'로 조성해 R&D 핵심 거점으로 만들겠다며 대구시가 수성알파시티에 기회발전특구를 신청하면 세제 혜택, 규제 특례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구형 자율형 공립고등학교·협약형 특성화고등학교가 추진되는 대구 교육발전특구의 성공을 지원하는 동시에 문화예술도 발전시켜 청년이 떠나지 않는 선순환 모델도 마련할 방침이다. 대구형 자율형 공립고는 경북대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디지스트) 등 대학과 연구기관이 고등학교 교육을 지원받고, 협약형 특성화고는 로봇·모빌리티·보건·의료 등 지역산업과 연계해 맞춤형 특화교육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윤 대통령은 대구의 문화예술을 위해서는 뮤지컬 콤플렉스·국립 근대미술관을 건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애국도시 대구 상징이 될 국립 구국운동기념관을 서문시장 인근에 건립할 것"이라며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을 비롯해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앞장서 일어났던 대구의 정신을 널리 알리고 계승하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여덟 번째,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에 앞서 '스마트 시뮬레이션센터'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한 지역 의대도 이날 토론회의 화두였다. 윤 대통령은 그간 민생토론회·국무회의 등 공개 석상에서 필수 의료뿐만 아니라 지방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의료 인프라 확충이 꼭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도 필수라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등 지역에 기반을 둔 명문 의대들의 정원을 충분히 늘리고 지역 인재 티오(정원)를 대폭 확대해 지방에서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누리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립대 의과대학에 대한 시설 투자와 관련해서도 "현재 정부에서 의사 정원의 증원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면서 "대구를 비롯한 지방에서 그 혜택을 확실히 누리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패널로 참석한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대구·경북 의료 환경이 서울과 비교했을 때 의사 수가 적고, 시설이 굉장히 낙후됐다. 의대 110명 입학생을 140명 더 늘려 총 250명으로 교육부에 증원 신청을 하려고 한다"며 "의대 정원이 230% 늘었을 때 교육 담보를 할 수 있는 교원 수가 확보돼야 한다는 말씀을 대통령께 간곡한 심정으로 드린다"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하며 의대 정원 확충의 필요성도 거듭 언급했다. 이어 경북대 의대와 경북대병원을 최고 수준의 의료기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때에도 재난 담당·법의학 의사 등이 부족했다'는 홍 총장의 말에도 "저도 아주 절실히 느낀다. 30여년 전에 (대구에서 검사로) 근무할 때도 경북대 의대에 법의학 교수가 딱 한 분 계셨다"고 필수·기피 의료 분야의 현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대 정원을 350명 감축하고, 매년 의대 졸업생 중 25%가량인 700여명이 비급여 분야로 빠지는 점 등을 거론하며 "필수·지역의료 체계라는 게 버틸 수가 없다"며 "증원은 필요조건이고, 의사들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충분조건"이라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지역의 거점 의대와 거점 병원에 대한 정부의 재정 투자는 확실하게 할 테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고 의대 확충을 해주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은 전국 40개 대학이 교육부에 의대 증원 수요를 제출해야 하는 마감일이다.
이 밖에도 대구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염색산단, 매립장, 하수처리장의 악취 문제도 조속히 해결해 나갈 것을 윤 대통령은 약속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대구 지역의 로봇·이차전지·데이터 등 첨단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인, 학부모, 학생, 지역 주민, 대구시 지방시대위원 등 국민 100여 명이 참석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 한화진 환경부 장관, 백원국 국토부 2차관,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강은희 대구광역시 교육감, 홍원화 경북대 총장, 대통령실에서는 이관섭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박춘섭 경제수석, 장상윤 사회수석 등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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