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 시장은 활성화된 펀드만 50조원이 넘는 자본시장입니다. 관련 종사자가 730만명에 이른다는 점에서, 전산화된 인프라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쿼타랩 사무실에서 만난 최동현 대표는 2019년 쿼타랩을 창업한 계기를 이같이 설명했다. 쿼타랩의 쿼타북은 비상장 기업과 투자자(GP)를 연결하는 '증권사무' 디지털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7월엔 GP와 출자자(LP)를 연결하는 로고스시스템 을 인수해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2017년 벤처캐피털(VC) 심사역으로 일하기 시작한 최 대표는 투자뿐만 아니라 운영·행정 업무를 함께 접하면서 '시스템 전산화'에 갈증을 느꼈다. 당시엔 증권 관련 장부를 엑셀이나 수기로 관리하는 곳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2005년부터 모태펀드가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벤처 시장이 크게 확대됐고, 현재 창업기업 관련 종사자는 730여만명 수준"이라며 "하지만 20여년 간 인프라적 발전은 없었다는 점에서, 국내 사업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이 다뤄야 할 증권 데이터는 ▲주식 ▲채권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등 종류와 양이 방대하지만, 기업공개(IPO) 전까지 전산화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상장 기업에 한해 증권을 의무적으로 전자화하도록 한 '주식·사채 등의 전자 등록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것도 2019년에 이르러서다.
최 대표는 "계약 문서를 잃어버리면 투자를 했다는 증명 수단이 사라질 수 있는 등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며 "반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해외에선 비상장 회사가 전자증권을 발행하고, 이해관계자·투자자들·개인주주가 참여해 온라인에서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가 갖춰져 있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쿼타랩은 회사의 증권사무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명확하고 투명한 시스템을 제공한다"며 "주주총회와 동의권, 영업 보고 등 경영과 관련해 여러 업무를 플랫폼에서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300억원가량에 로고스시스템을 인수하면서 GP의 펀드 관리와 운용지시, 펀드 회계, LP 모펀드 관리를 위한 시스템까지 확보했다.
사업 초기엔 서비스 설명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는 "여러 업체가 기존 업무 관행에 익숙한 상황이었다. '왜 돈을 내고 그 서비스를 써야 하느냐'고 묻는 곳도 있었다"며 "핀테크(금융+기술) 증권사인 토스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다른 벤처스타트업이 참조할 사례가 됐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사업 물꼬를 텄다"고 전했다. 최근엔 스톡옵션이나 RSU, 팬텀스톡(가상주식) 등을 대량으로 부여하고 관리하기 위해 상장사나 대기업 계열사도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B2B2C(기업 간·개인기업 간 거래)가 형성되고 있다.
쿼타랩에 따르면 벤처 시장의 조합운용 참여자는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 운용 GP 323개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 111개 ▲벤처투자회사 248개 ▲유한회사형 벤처캐피털(LLC) 43개 ▲창업기획자(AC) 490개 등 총 1200여곳(개인투자 및 전문 개인투자자 제외)이다. 쿼타랩은 각 분야에서 평균 45%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최 대표는 "쿼타랩은 창업투자사와 신기술사, 창업기획자 등 라이선스의 50%가량을 관리하고 있다"며 "투자유치를 받는 스타트업에 대한 점유율은 약 50%이며, LP 쪽에서도 대표적인 모태펀드(재간접펀드) 운용사와 정책금융 대부분이 고객사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창업 이후 쿼타랩의 누적 투자액은 약 450억원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AC인 와이콤비네이터를 비롯해 국내외 30~40여개 기관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쿼타북과 로고스시스템을 합친 매출액은 2020년 39억원에서 지난해 78억원으로 확대됐다. 올해 목표 매출은 80억원에서 100억원이다.
글로벌 진출도 도전한다. 최 대표는 "국내 VC가 투자한 외국 기업으로부터 사업 보고를 받을 때 쿼타랩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인도의 회사와 접촉을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지 시장이 주목받고 있지만, 자산을 뒷받침할 인프라가 있어야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며 "금융 인프라 시장이 초기인 지역은 과거 우리나라처럼 증권 정보의 오류와 유실, 조작 등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시스템이 갖춰지면 자본흐름의 투명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도 비상장이면서 기업 가치가 큰 벤처스타트업이 많다. 금융 인프라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자리 잡을수록 스타트업·벤처 및 관련 투자 업계가 자본시장으로서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도입이 기대되는 전자주주총회를 비롯해 다양한 금융·증권 분야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시스템 고도화 등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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