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사귄다더라"…회사 내 소문 전한 버스기사 명예훼손 무죄

“노조 내 연인 있다” 알렸다가 명예훼손 기소
1심·항소심 무죄…“다수 전파 가능성 없어”

회사 노동조합 내부에 연인이 있다는 사실을 다른 직원에게 말한 버스기사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시내버스 운전자인 A(56)씨는 2019년 노조 사무장과 위원장이 연인 관계라는 사실을 알고, 노조 분회장에게 전화해 “사무장에게 애인이 있다”고 알렸다.

당시 그는 분회장에게 “사무장이 자신의 애인과 통화하라고 바꿔줬는데 위원장 목소리가 들리기에 놀라서 전화를 끊었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A씨는 지난해 11월 10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해당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나, 분회장이 “버스 운전을 하다가 전화로 그 이야기를 들었고, 당사자인 사무장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 말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점 등이 근거였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아울러 분회장이 노조 조직부장에게 “사무장 관련해서 불미스러운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라”고 말한 적은 있으나, 이 진술만으로는 A씨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했는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만약 그대로 전달했더라도 관련 인물 모두 노조 관계자였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A씨가 말을 전하기 전부터 회사 내에서 사무장에 관한 불미스러운 풍문이 돌고 있었다는 부분도 참작했다.


검찰은 “증거에 기반한 정황에 따르면 A씨가 분회장에게 한 말을 분회장이 조직부장에게 그대로 전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며, 사무장에 관한 소문이 있었더라도 A씨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덧붙인 이야기로 소문을 확산시켰다고 보는 게 상당하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2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3부(부장판사 허일승)는 항소를 기각하고 A씨에게 1심과 동일하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에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원심이 위와 같은 증거 판단을 토대로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라고 판단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한다”고 원심 유지 판결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