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증시보다 잘 나갔네…조용히 강한 튀르키예 증시

올 20% 넘게 올라
MSCI 추종종목 중 최고
초인플레이션 영향에
주식 등에 뭉칫돈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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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계 증시 중 튀르키예 증시의 상승률이 가장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1989년 버블 경제 당시 세운 역대 최고치를 34년 만에 돌파한 일본 증시도 제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초인플레이션 현상에 튀르키예 투자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주식시장에 뭉칫돈을 넣었던 것이 랠리를 주도한 가장 큰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따르면, 튀르키예 증시를 추종하는 ‘MSCI Turkey Index(USD)’는 올해 첫 거래일부터 지난 27일까지 20% 넘게 올랐다. 이는 MSCI가 추적하는 전 세계 국가 증시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일본 증시를 추종하는 ‘iShares Currency Hedged MSCI Japan ETF(티커명 HEWJ)’는 15.6% 오르면서 2위로 집계됐다. 올 들어 신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는 일본 증시조차도 튀르키예 증시 상승률보다는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MSCI가 집계한 세계 증시 지수 상승률은 현지 화폐를 미국 달러화로 표시했을 때를 기준으로 했다.

전문가들은 튀르키예 증시가 올 들어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인 이유를 튀르키예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오른 데서 찾는다. 튀르키예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튀르키예 CPI는 전년 동월 대비 64.68%를 기록했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7월(47.83%) 이후 7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스트캐피털의 신흥 시장 전문 펀드 매니저인 엠레 아크막은 “튀르키예 투자자들이 자산 방어를 위해 주식시장에 문을 두드렸다”고 설명했다. 통상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은행 예금 이자 등 현금성 자산 상승률은 물가상승률에 크게 뒤처지면서 자산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가 이끄는 인공지능(AI) 기술 붐이 튀르키예 증시로도 확산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금융 데이터 제공업체인 핀넷 일렉트로닉 퍼블리싱에 따르면 올해 튀르키예 주요 기술 업체에 투자하는 펀드에 2억3300만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지난해에는 이 펀드에서 2700만달러 자금이 순유출됐다.


여기에 외국인투자자가 돌아왔다는 점도 튀르키예 증시 랠리 요인으로 꼽혔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투자자는 튀르키예 증시에서 약 2억1300만달러를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평가된 터키증시가 매수하기에 매력적이라는 이유에서다. MSCI신흥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2배인 반면, 터키의 대표지수인 보사 이스탄불 100지수는 4배에 그치고 있다.

다만 내달 31일 튀르키예에서는 지방선거가 있는 만큼 단기 변동성이 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튀르키예 집권 여당인 정의개발당을 중심으로 부양책과 금리 인하를 선호하고 있어서다. 이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선전한다면 양적 긴축에 속도를 내려는 메흐메트 쉼섹 튀르키예 재무부 장관 계획을 반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온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2021년 이후 처음 인상을 단행한 이후 지난 1월 기준 45.0%까지 끌어올렸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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