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공천 파동'의 뇌관으로 꼽혀 왔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공천에서 배제하면서 '심리적 분당(分黨)' 사태까지 치닫는 모습이다. 총선 경쟁력에 치명적인 갈등 국면을 수습하는 데 소극적인 이재명 대표의 행보를 두고, 오로지 대권 가도를 달리기 위한 '이재명당'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8일 복수의 민주당 의원들에 따르면 전날 오후 소집된 의원총회에서 공천 과정의 불공정성에 대한 불만이 강하게 제기됐다. 현역 의원 평가 20% 대상자 선정 방식과 주체가 불분명한 여론조사 논란, 임종석 전 실장의 서울 중구성동구갑 공천 배제 등에 대한 반발이 표출됐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특히 '친문계 좌장' 홍영표 의원은 비명계에 대한 공천 불이익을 지적하면서 "당대표가 자기 가죽은 벗기지 않고 남의 가죽만 벗기면서 손에 피칠갑을 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고성까지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에서 중도 사퇴한 정필모 의원은 경선 여론조사 수행업체 가운데 논란을 일으킨 '리서치DNA'와 관련해 "누군가 전화로 해당 분과위원에 지시해서 (추가 업체로) 끼워 넣었는데, 누구 지시인지 밝힐 수 없다고 한다"며 "나도 허위보고를 받고 속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선거를 앞두고 당이 분열하는 모습을 연일 드러내는 건 치명적이다. 하지만 '이재명 지도부'가 사태를 수습하기보다 관망하는 자세로 일관하면서, 당 안팎에선 이 대표의 목표가 총선 승리에 있지 않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총선보다 당 색채를 '이재명 중심'으로 바꾸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선 경선 등 여러 차례 맞붙었던 박용진 의원에 '하위 10%' 통보가 이뤄지고, 친문계 구심점 역할을 할 임종석 전 실장을 배제한 것도 대권 준비를 위한 '잠재적 경쟁자' 제거라는 전망과 맞물린다.
야권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애초 이 대표의 목표는 총선 승리에 있지 않다"며 "오로지 자기 사람들로 당을 정비해서 다음 대권까지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게 최우선"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방북할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데려가고 방북단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빼버린 적이 있다"며 "대권 경쟁자로 맞붙었던 상대방을 배제하는 건 정치판에서 자연스러운 일이었는데, 이재명 대표가 지금 그걸 갚아 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가 임종석 전 실장을 서울 중구성동구갑에서 배제하면서, 친문계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이런 발표가 나온 지 2시간 만에 고민정 최고위원이 '불공정 공천'을 공개 질타하며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했다.
박용진 의원을 비롯해 하위 평가 통보를 받고도 경선에 임하는 의원들도 있지만, 친명계를 제외한 사실상 모든 계파에 대해 솎아내기가 이뤄지는 만큼 '연쇄 탈당'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미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김영주 국회부의장 등이 하위 평가에 반발하며 탈당했고, 민주당의 정통성에 애착이 강했던 동교동계 설훈 의원도 이날 오전 끝내 탈당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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