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서방 국제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병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동부전선에서 러시아군에 밀리기 시작하면서 러시아의 급격한 군사적 확장을 억제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유럽 각국은 지상군 파병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진 못했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신속한 탄약 지원 등에는 대체로 합의했다. 러시아는 유럽 국가들과의 직접적인 충돌을 원치 않는다고 경고하며 서방을 압박했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파리에서 개최된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에 대한 국제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지상군을 파병하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아무 것도 배제해선 안 된다. 우리는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엔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대표들과 미국, 영국 대표 등 서방국가 대표들이 일제히 참석했다. 발트해 국가 지도자들을 비롯해 두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이 포함됐다. 미국에선 제임스 오브라이언 국무부 유라시아 담당 차관보, 영국에선 데이비드 캐머런 외무장관이 대표로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도 "오늘 가장 열띤 토론은 우크라에 군을 파견할지 여부에 관한 것이었다"며 "다만 이 문제에 관한 합의는 없었다. 의견이 엇갈렸지만, 그런 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빠른 시일 내에 공동으로 우크라에 상당한 탄약을 인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것이 지금 가장 중요하다. 이것은 우크라가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국가들이 먼저 앞장서서 우크라이나에 지상군 파병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동안 유럽국가들은 러시아의 확전 가능성을 우려해 지상군 직접 파병은 언급조차 피해왔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역시 첨단무기 지원보다는 재래식 포탄, 미사일 지원 및 자금지원에 초점이 맞춰져있었다.
그러나 만 2년을 넘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점차 러시아에 밀리고 있고, 그동안 가장 많은 군사지원에 나섰던 미국도 11월 대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주춤해지면서 유럽의 안보 우려가 갈수록 커지며 지상군 파병 필요성까지 거론된 것으로 풀이된다.
AP통신은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발트3국과 폴란드가 향후 러시아 팽창주의의 표적이 될 수 있는 국가로 꼽히고 있다"며 유럽 전역에 공포심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에스토니아 외무장관도 이달 초 "나토가 방어를 강화할 시간이 3~4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이날 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은 "푸틴의 성과를 파괴하고 다른 국가로 침략을 확대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며 군사지원을 촉구했다.
한편 러시아는 EU 국가들과의 직접 충돌은 피하고 싶다며 압박을 했다. 콘스탄틴 가브릴로프 빈 주재 유엔안보협력기구 러시아 대사는 이날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에 "나토와 러시아 간 직접적인 충돌로 변할 수 있는 분쟁 확장의 결과는 예측 불가능하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자금을 댈 수 있도록 세금을 내고 있는 유럽시민들도 추가로 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원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러시아 역시 원치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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