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 코알라의 죽음을 애도하듯 쓰러진 몸을 꼭 껴안고 슬퍼하는 수컷 코알라의 모습이 카메라 렌즈에 잡혔다.
26일(현지시간) 호주 9 뉴스 등 외신은 현지 동물구호단체 '코알라 레스큐(Koala Rescue)'가 최근 구조 현장에서 촬영한 짧은 영상을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구조가 필요한 코알라 두 마리가 있다는 신고를 받은 코알라 레스큐는 남부 애들레이드의 한 숲으로 출동했다. 구조대가 도착했을 당시 현장에는 암컷과 수컷 각 한 쌍의 코알라가 있었다. 하지만 암컷 코알라는 이미 숨이 끊긴 상태였다. 홀로 남은 수컷만이 그 곁을 지키고 있었다. 이때 구조대가 포착한 건 수컷이 슬퍼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수컷은 쓰러진 암컷과 하늘을 번갈아 바라보다 몸을 숙여 암컷을 끌어안았다. 이어 두 팔로 암컷을 감싸고 머리를 기대기도 했다.
구조대는 "이런 모습을 목격하는 건 우리 구조대원들에게도 매우 드문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코알라는 사회적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하는 장면을 쉽게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모습을 본 구조대는 "코알라를 구조하고 죽은 아이들을 거두는 일은 항상 힘들지만, 이번에는 더욱 가슴이 아팠다"며 "코알라가 공감과 배려를 할 줄 안다는 걸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죽음을 마주하는 수컷의 반응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대는 수컷 코알라의 건강을 살핀 뒤 건강한 상태임을 확인했다. 이어 암컷의 사체를 수습한 뒤 수컷은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코알라는 호주를 상징하는 동물 가운데 하나이지만 최근 20년간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2022년 코알라의 주 서식지인 퀸즐랜드, 뉴사우스웨일스주 등 동부 연안 지역자치단체들은 코알라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관리한다고 발표했다. 개체 수 감소 원인으로는 반복되는 대형 산불과 광산·택지·농경지 개발과 벌목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 등이 꼽힌다. 세계자연기금(WWF)의 연구에 의하면 2019~2020년 발생한 산불 이후 뉴사우스웨일스주의 북부 해안 6곳에서 코알라 개체 수가 7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추정 개체 수를 보면 2001년 18만5000마리에서 2021년 9만2000마리 정도로 절반가량 줄었다. 호주 코알라 재단(Australian Koala Foundation)은 2023년 기준 최소 3만8000마리에서 6만3000마리가 서식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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