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한 직장에서 나이를 묻는 질문에 '만 나이'로 대답했다가 비아냥섞인 말을 들은 한 직장인의 사연이 공개됐다. 만 나이가 시행된 지 약 8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 '진짜 나이'를 두고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다들 무슨 나이로 살고 계신가요? 만 나이 or 한국 나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올해 이직을 했는데 새로 다니게 된 직장에서 누가 나이를 물어보면 '만 나이로 대답하고 있다"며 "전 직장에서는 32살이었는데 해가 바뀌었고 생일이 안 지났으니 만 나이를 적용해 31살로 사는 중"이라고 했다. A씨는 "(바뀐 법에 따라) 31살이 진짜 제 나이라고 생각해서 아무 생각 없이 31살이라고 얘기하고 다녔는데, 최근 다른 직원들과 출생 연도를 얘기하던 중에 저랑 동갑인 직원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그분은 만 나이가 아닌 한국 나이로 얘기를 하고 다녔기에 지금까지 동갑인 줄 몰랐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직한 직장에서 나이를 묻는 말에 '만 나이'로 대답했다가 "어리고 싶냐?"는 비아냥 섞인 말을 들은 한 직장인의 사연이 공개됐다. 만 나이가 시행된 지 약 8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 '진짜 나이'를 두고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원본보기 아이콘이런 얘기를 들은 다른 직원들이 A씨에게 “그렇게 어려지고 싶었냐"며 비아냥거려 A씨의 고민도 깊어진 상태다. A씨는 "동안이긴 하지만 나이까지 어려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며 "'만 나이'가 시행됐으니, 새해부터라도 '진짜 내 나이로 살아야지' 하고 만 나이로 살고 있었던 것일 뿐"이라며 억울해했다. 끝으로 그는 누리꾼에게 "지금 무슨 나이로 살고 있냐"고 질문을 던졌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한 누리꾼은 "'만 나이'가 시행된 이후부터 그냥 출생 연도를 말하게 됐다. 그편이 서로 안 헷갈리고 깔끔하다"고 댓글을 남겼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이제 법으로 정해진만큼, 의식적으로라도 만 나이를 쓰려고 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 나는 만 나이로 살고 있다"고 의견을 냈다. 반면, 한 누리꾼은 "만 나이로 대답해도 결국 출생연도를 다시 얘기해야 한다'며 불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만 나이 통일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에선 출생일 기준 1살부터 시작해 해가 지날 때마다 한 살씩 더하는 '세는 나이'로 통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가운데, 한국에는 통상 '나이 계산법'으로 불리는 3가지 나이가 있다. 바로, 만 나이와 연 나이 그리고 세는 나이다. 세는 나이는 매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한 살씩 더하는 것으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만 사용한다. 이로 인해 소위, '한국 나이(Korean Age)'라고도 부른다.
연 나이는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뺀 것이다. 연 나이는 원래 존재하지 않는 개념으로 정식 명칭은 아니다. 다만 취학 연령, 주류·담배 구매, 병역 의무, 공무원 시험 응시 등 일부 법률에서는 여전히 만 나이가 아닌 소위 말하는 이 '연 나이'를 사용한다.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0~60대 국민 2687명에게 일상에서 어떤 나이를 쓰는지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36%, 즉 3명 중 약 1명만 '만 나이를 쓴다'고 답했다. '한국식 나이'에 응답한 사람은 35.6%로 만 나이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연 나이를 쓴다는 응답도 28%가 넘는 등 만 나이를 실제로 쓰지 않는 국민이 3분의 2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대는 세는 나이를 쓰는 비율이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58%를 차지하며 만 나이 사용률의 두 배에 달했다. 반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연애·결혼의 적령기인 20~30대에선 일명 '어려지는' 효과가 있는 만 나이나 연 나이 사용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조직에서 주로 핵심 역할을 맡는 40~50대에서는 연륜 있어 보이는 세는 나이 사용률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60대에선 다시 만 나이 사용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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