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화(Russification)'는 다른 국적이나 민족의 구성원인 비(非)러시아인들을 러시아인으로, 또는 러시아어와 러시아 문화와 관습 등을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정책을 일컫는 용어다. 자발적이거나, 비자발적으로 러시아 문화와 러시아어를 위해 러시아의 지배와 패권 아래 있는 구소련의 국가 구성원, 러시아의 소수 민족 등이 그들의 문화와 언어를 포기하도록 하는 문화적 동화의 한 형태다.
러시아화는 주로 정치와 문화 분야에서 나타난다. 정치적으로는 국가 기관의 주요 행정직에 러시아 국민을 앉히고, 문화적으로는 공식 비즈니스에서 러시아어 사용을 강제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이 지난해 12월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오른쪽)과 함께 국방부 이사회 확대회의에 참석한 뒤 군사 전시회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모스크바 A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16세기 러시아에 정복된 카잔 칸국과 다른 타타르 지역이 러시아화의 초기 사례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제국은 기독교 포교, 유일한 행정 언어로 러시아어를 사용하도록 했다. 러시아는 19세기 크림 전쟁 패배와 폴란드의 반란 이후 러시아화 정책이 도드라졌는데, 핀란드·벨라루스·우크라이나 등에서도 러시아화 정책이 시도됐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수 세기 동안 러시아화가 진행돼 왔다. 우크라이나의 문학평론가이자 전 교육부 장관인 세르히 크빗은 "러시아는 17세기에도 우크라이나어로 된 책을 불태웠고, 이후 러시아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어 문학 작품들이 모두 불법화됐다"면서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것들과 동일한 정치"라고 말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스위크는 러시아가 약 일주일 전 점령한 동부 격전지 도네츠크주 아우디이우카의 주민들에게 자국 시민권을 발급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이달 17일 아우디이우카에서 철수했고, 러시아군은 이튿날 이 도시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선언했다. 점령지 주민들에게 러시아 시민권을 발급하는 것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옛 영토로 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역사관의 연장선으로 관측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전쟁 2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머리를 감싸쥐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 2년 간의 전쟁에서 자국 군인 3만1000명이 전사했다고 밝혔다. [사진=키이우 AF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러시아는 적대세력 때문에 이질화한 이들을 자국민으로 흡수하고 세뇌하는 방식으로 '러시아화' 하는 데 주력해왔다. 전쟁 초기 남부 헤르손주와 자포리자 지역을 점령했을 때도 우크라이나인이 러시아 시민권을 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아우디이우카에서 이뤄지는 러시아화도 강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 당국이 필수 의료 및 기타 서비스 이용을 러시아 여권 소지 여부에 따라 제한하면서 점령지 주민에게 러시아 여권을 받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우크라이나 피란민은 유럽방송연맹(EBU)에 "러시아 여권 없이는 연금이 나오지 않고 음식도 제공되지 않으며 의료 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다"고 증언했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 점령지에 거주하는 자국민의 '국가 정체성'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발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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