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현 정부 실세 영입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차기 구축함(KDDX) 군사기밀을 빼돌리다 적발되면서 정부의 각종 제재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초대 국가안보실장을 역임한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이 최근 HD한국조선해양(옛 현대중공업)사외이사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의 중간지주사다.
김 전 실장은 윤 대통령의 초등학교 동창으로 서울대학교사범대학 부속 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김 전 실장은 고려대 대학원에서 정치외교학 석사학위를,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선·해양 사업과는 무관하다.
일각에서는 약 10년 전 외교·안교분야 연구소인 아산정책연구원 이사로 재임하면서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 쪽 인사로 분류된 영향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 이사장은 현재 한국조선해양의 지배구조 최정점인 HD현대 지분율 26.6% 보유한 최대 주주다. HD 한국조선해양은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안을 안건으로 상정한다.
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군사기밀을 훔친 것과 관련 부정당업자 제재심의 등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방위사업청은 27일 심의를 할 예정이다. 심의에서 제재당하면 HD현대중공업은 당분간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다.
HD현대중공업이 영입한 김종배 예비역 육군 중장을 특수선사업부 부사장(전문위원)도 눈길을 끈다. 수상함·잠수함 등 해군 함정을 만드는 HD현대중공업이 육군 중장을 영입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김 부사장은 육사 36기다. 최종보직은 육군 교육사령관이다. 육사 36기 동기로는 김성회 국회의원, 김현집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장준규 육참총장이 있다. 현 정부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과도 인연이 있다. 김 전 실장이 대대장 시절 직속 중대장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일각에서는 함정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육해공 통합 방위 차원에서 김 부사장을 영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김 부사장은 합동참모본부 합동작전 과장과 작전1처장 등 요직을 역임한 ‘작전통’으로 불린다. 전력과 관련된 사업을 하기에는 이력이 엇갈린다. 지난해에는 천정수 예비역 해군 소장도 입사했다. 해사 40기로 최종보직은 사이버 작전사령관이다. 현재 특수선본부 상근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근무한 고위직들을 영입하는 것은 전반적인 기업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부정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재의 경우 영입에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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