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시장친화적으로 접근해야

주주환원 정책 긍정적 변화 위해
산업·기업 상황따라 적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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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주주환원을 촉진하는 각종 인센티브와 기본 방향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상장사들이 자발적으로 주가를 부양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식시장에서는 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중심으로 한 주가 상승 기대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일본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도입된 후 닛케이225 평균 주가가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우리 증시의 분위기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일본과 같은 성과를 이뤄낼 것이란 막연한 기대는 지양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오랜 기간 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펼쳐왔다. 소액주주 권리 보호 등 기업 거버넌스를 개선하고 해외자금을 유치하려 노력해왔다. 정책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지속되는 마이너스 금리·엔저 현상과 함께 글로벌 공급망 통합, 사업구조 개편, 비용 절감 등을 통해 기업 실적을 높이고 경제성장률을 크게 끌어올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한다는 프로그램의 취지는 좋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을 그대로 벤치마킹하는 대신 개별 기업의 특성과 우리나라 기업이 처한 상황, 증시 환경을 충분히 고려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모든 기업에 획일적으로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 보다 산업과 기업이 생애주기에 따라 경영 정책과 투자자의 스타일에 큰 차이가 있음을 고려해 시장친화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기업이 성장기에 접어들면 매출과 이익이 빠르게 증가하고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면서 성장주로 분류된다. 이 시기에는 주가수익비율(PER)과 PBR이 높지만, 미래 성장을 위한 자체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주주환원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 반면 성숙기에 접어든 기업들은 안정된 성장과 높은 자본수익성을 바탕으로 배당주로 분류돼 안정적인 주식 투자수익을 제공한다.

어떤 유형의 기업이더라도 외부에서 강요되는 주주환원 정책 변화는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수 있다. 장기적인 배당과 지속적인 주가 상승은 쉽지 않다. 기존의 주주환원 정책과 달라지면 회사의 지속 가능성과 주주의 예측 가능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업과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적절한 기업가치 밸류업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직접적인 기업 경영 개입을 자제하고 기업이 자율적으로 효율성 개선과 경쟁력 향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도록 해야 한다. 특히 세금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법인세 부담은 기업 경쟁력을 낮춰 성장과 배당 여력에 영향을 주고 주가를 하락시킬 수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법인세 부담이 높은 편이다. 과세 표준의 다단계 누진구조를 완화하고 최고세율을 낮춰야 한다.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약탈적 상속세율은 최대주주가 상속 지분 가치와 그에 따른 상속세를 줄이려 주가를 억누르는 부작용을 낳는다. 최대주주 할증 과세를 폐지하고, 상속세를 충분히 낮추거나 상속자산을 매각할 때 양도세 성격의 자본이득세로 전환하면 주가 상승의 유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대신 최대주주는 후대의 번영을 위해서도 소액주주, 해외투자자와 소통하고 기관투자자의 경영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회사의 장기 성장을 촉진하고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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