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이 대거 병원을 떠난 지 이틀째인 21일 환자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의사들은 여전히 병원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의사들에게 "제발 돌아와 달라"면서 울분을 토했다. 암 환자들의 생명이 걸려 있는 절박한 상황을 외면하지 말라는 호소였다.
빅5 병원을 비롯한 전국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 후 근무 중단이 이어지고 있는 21일 서울 한 대형병원을 찾은 내원객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원본보기 아이콘김 대표는 "환자 생명에는 관심도 없이 서로 물러날 수 없다는 태도만 보이고 있으니 참담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강 대 강 대치로 환자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는 얘기다.
"누가 죽어 나가고 해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본인이 현재 식도암 4기로 치료를 받고 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2018년 각종 암 환자의 권익을 위해 결성된 단체다. 암 환자는 상태가 위중한 경우가 많아 의료대란 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게 김 대표 설명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99년 이후 암 확진을 받아 2022년 1월 기준 치료 중이거나 완치된 이는 243만4089명에 이른다. 전국의 암 환자들은 자기의 생명과 관련이 있는 이번 사태를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김 대표는 "암 환자 수술 일정은 대학병원에서 최소 반년 전에 잡은 것"이라며 "지연되거나 취소되면 그 고통은 환자들이 다 감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들도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지금 사태를 지켜보는 이유다.
반년 이상 수술할 날짜만 손꼽아오던 암 환자에게 지금 상황은 청천벽력이다. 생과 사의 갈림길로 내몰릴 수 있는 상황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버텨왔던 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달라고 호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대표는 "환자들은 의료지식과 정보도 부족해 자기 상태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결국 국가와 사회로부터 내던져진 기분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태가 여기까지 올 때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되물었다.
그는 “보건복지부와 의협의 의료현안협의체는 4년 동안 무엇을 했느냐. 두 기관은 싸우려고 여기까지 준비한 것인가"라고 말했다. 의료 인프라의 수도권 쏠림, 필수 의료 부족, 응급실 뺑뺑이 등을 해결해달라고 호소했는데 이런 지경에 놓였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복지부는 의료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내놓고, 의사들은 최소한 인력은 유지해야 한다"며 "만약 환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모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다. 제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전공의 병원 이탈 사태 이후 이른바 빅5(서울대·서울아산·서울성모·신촌세브란스·삼성서울) 병원은 수술에 차질을 빚고 있다.
국가암등록통계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신규 암 발생자 수는 27만7523명으로 2020년 대비 2만7002명(10.8%) 증가했다. 통계청 조사 이래 40년째 사망 1위는 바로 암이다.
전국의 환자들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위해 서울의 빅5 병원에 몰리는 실정이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100만명 이상의 비수도권 거주 암 환자가 빅5 병원에서 진료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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