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주택담보대출에 영향을 미치는 5년물 금리를 예상보다 큰 폭으로 낮춰 부동산 부양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1년물 금리는 동결해 돈풀기 속도 조절에 나섰다. 최근 춘제(설) 연휴를 기점으로 소비 심리가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자 적극적인 통화 개입은 주저하는 모습이다.
인민은행은 20일 공시를 통해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3.45%로 동결하고, 5년 만기 LPR을 4.20%에서 3.95%로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시장은 앞서 중앙은행이 1년물 LPR을 동결하고, 5년물을 4.10% 수준으로 인하할 것으로 봤다.
LPR은 18개 지정 은행의 최우량 고객 대출금리 동향을 취합해 산출한다. 현지 금융기관들은 이를 기준으로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중국에서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1년물 금리는 일반 대출, 5년물 금리는 주택담보대출에 영향을 미친다.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5년물 LPR 인하는 부동산 시장 부양에 대한 당국의 의지로 풀이된다. 통상 인민은행의 금리 인하 폭은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0.1%포인트 수준으로 유지됐었다. 2020년 초까지만 해도 1년물 기준 LPR은 4%대를 이어갔으나 인민은행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2020년 4월부터 금리 인하를 거듭 단행했다. 위드코로나 원년이던 지난해의 경우 6월 1년 만기와 5년 만기 LPR을 동시에 0.1%포인트 낮춘 데 이어 8월에 1년 만기 LPR을 0.1%포인트 추가로 인하한 바 있다.
인민은행은 최근 들어서도 지속적인 유동성 공급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18일 주요 정책 금리인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5%로 동결하는 한편, MLF를 통해 지난해 8월 이후 최소 규모인 10억위안(약 1850억원)의 유동성을 시장에 순공급했다. 앞선 5일에는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내리며 시중에 1조위안 규모의 유동성을 풀었다.
중앙은행의 제한적 금리 인하 결정은 최근 춘제 연휴를 계기로 폭발한 소비심리에 대한 기대감으로 해석된다. 관광·외식시장에 한해서지만 소비가 빠르게 되살아나고 있어, 제한적 조처에만 나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문화여유부에 따르면 지난 10~17일 춘제 기간 전국 국내 관광객 수가 4억7400만명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4.3%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19.0%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여행객들의 지출액은 6326억8700만위안으로 전년 대비 47.3%, 2019년 대비 7.7% 증가했다. 추이샨 골드만삭스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 통신에 "강력한 새해 관광 데이터는 올해 실제 가계 소비 증가율이 6%에 달할 수 있다는 고무적인 신호"라고 진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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