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말기 환우회장 "지성 갖춘 집단으로서 관용 보여달라"

집단행동 나선 의사들에 간절한 호소
"모든 의료정책의 중심은 환자"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의사들이 사직서를 무더기로 제출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선 가운데 19일 한국폐암환우회가 의사들을 향해 "최고의 지성과 명예를 갖춘 집단으로서 부족한 사회에 대한 관용도 보여달라"고 했다.


이날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은 유튜브 계정 '폐암 환우 TV'에 출연해 "의대 정원 문제 현안에 대해 관계자 여러분께 말씀을 드리고자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모든 의료 정책은 환자 중심이 돼야 한다. 지금 정부나 의사협회나 또 관련 단체가 대립해서 서로의 목소리를 높이는 모양이 참으로 보기에 안 좋다"며 "환자들은 나 몰라라 하고 서로의 입장만 주장을 하면서 극한투쟁으로 벌이는 모양이 참으로 볼썽사납다"고 지적했다.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 [이미지출처=유튜브채널 '폐암 환우 TV']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 [이미지출처=유튜브채널 '폐암 환우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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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현재 폐암 말기로, 치료를 중단한 뒤 호스피스 입원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자신의 온몸에 암세포가 퍼져있는 사진을 공개하며 "2016년 폐암 4기 판정을 받고 지금까지 124번의 항암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이제는 더 이상 쓸 수 있는 약이 없다'는 말을 듣고 치료를 중단했다"며 "앞으로 3개월 정도 생이 남았다는 진단을 받고 호스피스 입원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정부를 향해 "국민도 의사들의 부족은 실감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한다. 의대 정원의 갑작스러운 증원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크다"며 "보건복지부에서는 충분한 준비가 돼 있다고 하나, 의대 입학 정원의 절반이 넘는 숫자를 갑자기 증원한다고 하면 대학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의대 교육이 완전해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준비 안 된 증원은 의사의 질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 의사 단체를 향해선 "환자단체를 운영해 보면서 의협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고 의료 현장의 어려움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환자들은 지금도 치료 환경 개선과 의사들의 배려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전공의들에게는 "힘없는 환자들은 오늘도 여러분의 사랑을 기다린다"며 "어려운 환경일수록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는 제네바 선언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의욕적인 국정운영과 의료정책을 지지한다"며 "의료 환경이나 현장에서의 여건이 전보다는 많이 개선됐다. 그러나 힘없는 환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부족함도 있다"고 했다. 이어 "환자들의 입장에서 환자들의 의견을 살펴서 정책을 세우고 집행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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