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시민단체도 비판…“의료계 집단행동, 정당성 없다”

참여연대 등 “의사 부족한 현실 외면”
경실련 “집단 진료 거부 시 고발 검토”

의료계 집단행동 예고에 노동계와 시민단체도 이례적으로 정부와 입장을 같이 하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양대노총과 참여연대 등 35개 단체가 참여한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19일 논평을 통해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위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아무런 정당성도 없다”면서 “의사가 부족한 현실을 외면한 채 경쟁자 수를 줄이고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한 반대라면 누구의 지지도 얻지 못한 채 환자들에게 피해만 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전국 의과대학 학생들이 이달 20일 함께 휴학계를 내기로 학생 대표들이 결정한 16일 서울 한 의과대학 인근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정부의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전국 의과대학 학생들이 이달 20일 함께 휴학계를 내기로 학생 대표들이 결정한 16일 서울 한 의과대학 인근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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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코로나19 사태 후 의사 부족 문제는 대부분 국민이 공감하는 의제”라며 “지난 13~15일 실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 76%가 의대 정원 확대에 긍정적으로 답변했다”고 강조했다.


운동본부는 또 “의협은 그저 수가만 높게 인상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얘기만 반복한다”며 “한국 의사 평균 연봉이 OECD 최상위 수준으로 노동자 평균 임금의 6배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이날 주요 병원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중단 행위에 대해 ‘담합’으로 보고 실제로 진료를 중단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는 방안을 법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사업자 지위를 가진 면허 소지자들이 집단행동을 할 경우 담합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며 “전공의들이 내일 근무 중단을 하고 정부의 업무복귀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공정위에 고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파업 전공의뿐 아니라, 병원 고발 조치 여부는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경실련은 지난 14일에도 성명을 내고 “국가가 국민을 대리해 부여한 진료독점권을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자가 과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사가 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전공의 파업 시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에 중증·응급환자를 위한 의료 공백에 대비해 PA간호사에 수술 보조 허용을 일시적으로 허용하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정부의 역할론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운동본부는 “(의료계와 타협하는 과정에서) 의협 등의 요구를 수용해 수가를 인상하고 그 부담을 노동자와 서민에 넘겨선 안 된다”면서 “지금이라도 필수 의료와 지방 의료를 살리기 위해선 공공 의사 인력 확충 계획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 전공의 2700여명 전원은 이날 사직서를 제출한 뒤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키로 했다. 다른 병원의 전공의들도 보조를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병원은 급한 대로 수술 일정을 조정하거나 예정된 수술을 절반 이상 취소 또는 연기하며 전공의들의 이탈에 대비하고 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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