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미국의 방위산업을 부양해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화당의 반대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이 하원 문턱을 넘지 못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내부에서는 전쟁의 경제적 효과를 언급하는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자료를 인용해 미국의 방위·항공장비 산업생산 지수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022년 1월 109.6에서 올해 1월 기준 128.8까지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미국 방위·항공산업의 생산이 17.5% 증가한 것이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서 미국 방산업계로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미국 방위·항공기업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1년 동안 800억달러(약 107조원)가 넘는 무기 거래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중 500억달러(약 67조원)가 유럽 동맹국과의 거래였다. 폴란드는 아파치 헬리콥터 등 구입에 300억달러(약 40조원), 독일은 치누크 헬리콥터 등에 85억달러(약 11조3500억원), 체코는 F-35 전투기 등에 56억달러(약 7조5000억원)를 썼다. 이 같은 거래 규모는 통상적 수준의 5배가 넘는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바이든 행정부는 전쟁 자금 지원의 정당성뿐 아니라 경제적 효과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최근 WSJ에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금 지원이 국가 고용과 생산에 미치는 중요성"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에 따르면 지난 13일 미 의회 상원을 통과한 950억달러(약 127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이스라엘 지원 예산안에서 우크라이나에 배정된 607억달러(약 81조원) 중 64%는 미국의 방산업계로 돌아올 것으로 추산된다. 고용 증가 효과도 기대된다. 미국 방산기업 제너럴 다이내믹스는 텍사스에 공장을 설립해 120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할 방침이다. 영국 방산업체 BAE시스템스도 미네소타에 생산설비를 확충하는데 500명 이상의 고용 증가 효과가 예상된다.
미국의 대(對) 유럽 에너지 수출이 증가한 점도 전쟁으로 인한 반사이익 중 하나로 거론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 공급을 줄이자, 유럽 국가들은 미국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은 2023년 최대 LNG 수출국으로 올라섰으며 2030년까지 수출량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3분의 2가 유럽으로 향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유럽의 무기 주문 대금이 미 방산기업으로 돌아오기까지 시차가 존재해 경제적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한 미국 역시 군사 지출을 늘리는 대신 다른 지출을 줄여 결과적으로 경기 부양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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