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유지됐던 미국의 정책이 다 뒤집힐 것이다."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을 상대로 연일 방위비 압박을 이어가면서 이른바 '트럼프 2.0' 시대를 둘러싼 동맹국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할 경우 최근 엄포대로 나토 집단방위 약속을 축소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종전 협상도 추진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14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측근들이 이러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먼저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나토 집단방위 내용을 담은 조약 5조의 대상을 방위비 목표를 달성한 국가에만 적용할 예정이다. 이는 앞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유세 도중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위비를 내지 않은 나토 회원국을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독려하겠다고 발언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집권 시 나토의 안보 무임승차를 수차례 비판했던 그가, 재집권 시에는 안보우산 자체를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이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대선 승리 시에 집권 초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것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한 측근은 우크라이나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미국의 군사 지원을 중단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래리 커들로, 로버트 오브라이언을 비롯한 고문들도 푸틴 대통령을 흔들기 위해 러시아 중앙은행을 겨냥한 더 강한 제재를 밀어붙였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측은 아직 러시아, 우크라이나측 관계자와 접촉하진 않았다. 이는 민간이 정부를 대신해 협상하는 것을 금지한 미 로건법 위배 가능성을 의식한 것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이러한 논의가 현실화할 경우 수십년간 유지됐던 미국의 외교안보정책 자체가 뒤흔들릴 수밖에 없다. 스팀슨 센터의 엠마 애시퍼드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른 나라와 협상하거나 외교정책을 수립하지 않는다"면서 "다른 국가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에 대비해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는 즉각적으로 유럽에서부터 여파가 확인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입장 변화는 대만에 대한 시그널로 보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동맹국들의 위기감을 한층 고조시키는 요인이다. 그간 중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시 대만은 버려진 체스 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중국이 군사행동에 나설 경우 대만 방어에 나설 것이냐는 질문에 답변을 피하기도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가운데 이날 나토는 올해 'GDP의 2% 방위비 지출' 목표를 달성한 나라가 2014년의 6배인 18개국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나토는 이날 국방장관회의를 열고 방위비 문제 외에도 오는 24일로 전쟁 2년째를 맞는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역시 나토 옹호에 나섰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대변인에서 "나토는 미국에 거대한 혜택과 안정을 주는 동맹"이라며 "그것이 우리가 의회에서뿐 아니라 미국민 사이에서 (나토에 대해) 견고하고, 오래 지속되고, 광범위한 지지를 목도해온 이유"라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뒤 (방위비 목표) 2%에 도달한 국가가 9개국에서 18개국으로, 3년 만에 두배가 됐다"라면서 "나토 동맹이 75년간 어느 때보다 더 크고 강하고 중요해졌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바이든 현 대통령이 러시아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그는 자국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두 사람 중 누가 더 러시아에 좋냐는 질문에 "바이든"이라며 "더 경험 있고 더 예측 가능한 인물이며 구식 정치인"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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