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경제성장률, 25년 만에 日에 역전 당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
日 매체 "韓 저성장기 진입" 잇단 보도
日 갈수록 경제위상 떨어져…韓 재역전 전망

우리나라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일본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선 한국이 자국과 마찬가지로 저성장기에 진입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다만 올해는 다시 한국이 앞설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일본의 경제 규모는 독일에 밀려 55년 만에 세계 4위로 내려앉았다.


일본 내각부는 15일 지난해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1.9%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앞서 한국은행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한국의 지난해 실질 GDP 성장률은 1.4%로, 일본이 한국보다 0.5%포인트 높았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일본에 밀린 건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외환위기 2년 차를 맞이한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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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외신은 한국이 1990년 이른바 '버블 경제' 붕괴 이후 30년간의 장기 침체를 겪은 일본에 성장률이 밀렸다는 데 주목했다. 저출산·고령화로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 속도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과 비슷한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반도체 불황 같은 일회성이 아닌 (인구)구조적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며 "한국도 저성장기에 들어갔다는 견해가 강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올해는 재역전 가능성이 나온다. 올해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실질 GDP 성장률은 2.3%, 일본은 0.9%로 각각 전망됐다. 하지만 한국도 일본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IMF '2023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실질 GDP 성장률은 2028년까지 2.1~2.3% 범위의 저성장이 계속된다.


일본이 국제무대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일본은 경제 규모를 보여주는 명목 GDP에서 55년 만에 독일에 뒤지면서 세계 4위로 떨어졌다. 2010년 중국에 2위 자리를 뺏긴 일본이 13년 만에 경제 규모 순위가 또 한 번 하락하게 됐다. 한때 일본은 고도 성장기였던 1968년 서독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 대국이었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명목 GDP는 전년 대비 5.7% 증가한 591조4820억엔(약 5200조원)이었다. 이를 달러로 환산하면 4조2106억달러다. 독일의 지난해 명목 GDP는 4조1211억유로(약 5900조원)로 달러로 환산하면 4조5000억달러다. 독일 명목 GDP가 일본에 비해 약 3000억달러 많은 셈이다.


일본이 경제 성장률에 제동이 걸린 독일에도 뒤처졌다는 점은 일본 경제력 저하를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다. '유럽의 성장 엔진'으로 불리는 독일이 지난해 실질 GDP 성장률이 -0.3%로 3년 만에 역성장했다. 심지어 인구는 일본이 독일보다 51% 더 많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GDP가 지난해 독일에 밀린 데는 엔화 약세와 독일의 물가 상승 영향이 크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독일 경제 성장률이 일본을 웃돌았다"며 "IMF 자료를 바탕으로 2000~2022년 실질 성장률을 단순히 추산하면 독일은 1.2%이지만 일본은 0.7%에 머물렀다"고 전했다.


IMF는 일본 경제 규모가 2026년 무렵 세계 1위 인구 대국인 인도에도 추월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의 생산성은 떨어지고 임금은 오르지 않는 경제구조가 바뀌지 않을 거란 이유에서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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