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예년에 비해 올라가는 등 ‘반짝’ 온기가 돈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청약에 수만 명이 몰리면서 서울·수도권 청약 시장 경쟁률이 크게 올라갔기 때문으로, 분양 시장 전반에 걸친 청약 한파는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에서도 청약 미달 단지가 늘어나고 있으며, 비수도권에서는 청약 신청자 ‘제로(0)’ 단지마저 등장했다.
1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6일 진행된 메이플자이 1순위 청약은 81가구 모집에 3만5828명이 몰려 평균 44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1가구를 모집한 59A 타입의 경우 경쟁률이 3574대 1까지 치솟기도 했다. 메이플자이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주변 단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되고 지하철 3호선 잠원역과 인접한 강남 초역세권이라는 입지 덕에 ‘로또 청약’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은 곳이다.
독보적 성적을 거둔 메이플자이는 청약 경쟁률 평균치도 끌어올렸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전날 기준 지난달 전국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95.1대 1로 지난해 같은 기간(0.3대 1)과 비교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서울 지역 1순위 청약 경쟁률은 8.4대 1이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청약 시장 상황이 좋지 않고 계절적으로 1월이 비수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달 청약 경쟁률은 이례적으로 높았는데, 메이플자이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반면 메이플자이 집계 전인 지난 6일 기준 전국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3.5대 1에 그쳤다. 서울도 6.1대 1로 하락했다. 메이플자이를 제외하고는 청약 흥행 단지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메이플자이는 모집공고일(2024년 1월26일)을 기준으로 지난달 청약 단지에 포함됐다.
지난달 청약 경쟁률 상승은 일부 인기 단지에 의한 ‘착시효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년 전보다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청약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가격 상승 여력이 있는 아파트가 많이 분양된 시기에는 1순위 청약 경쟁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지난달 입지 여건이 좋고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 가격보다 저렴한 메이플자이 등이 포함된 데 따른 일종의 착시효과"라고 설명했다.
서울을 제외하고는 전국에서 청약 미달 단지가 쏟아졌다. 수도권도 예외가 아니었다. 경기 광명시 ‘광명자이힐스테이트SKVIEW’는 34A타입 101가구 모집에 64명이 신청해 미달했다. 경기 수원시에 조성하는 ‘서광교 한라비발디 레이크포레’도 84B타입 41가구를 모집했으나 33가구만이 신청했다. 경기 안성시 ‘안성 하우스토리 퍼스트시티’는 4개 전 타입 468가구 모집에 8명이 신청해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비수도권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울산 남구 ‘문수로 아르티스’는 84B타입 136가구 모집에 62가구가 신청했고, 충북 제천시 ‘제천 신백 선광로즈웰아파트(209가구)’와 부산 사상구 ‘보해 썬시티 리버파크(208가구)’는 신청자가 각각 1명, 8명에 그쳤다. 아예 청약 신청자가 ‘제로’인 단지도 등장했다. 경북 울진군 ‘후포 라온하이츠(60가구)’, 충남 홍성군 ‘홍성2차 승원팰리체 시그니처(292가구)’ 등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최저점을 찍었던 지난해 1월보다는 상황이 나아졌다고 볼 수 있겠지만 청약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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