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경제 이후 34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한 일본 증시가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13일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지수는 이날 전장 대비 2.89% 오른 3만7963.97에 거래를 마치며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상승폭은 2020년 3월25일 이후 3년11개월 만에 최대다. 장중 한때 닛케이지수는 3만80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3만8000선을 넘어선 것은 1990년 이후 처음이다.
이날 상승장은 반도체주가 이끌었다는 평가다. 일본 반도체주가 미·중 갈등의 수혜자가 됐다는 낙관론이 커지면서 주요 반도체주 매수 움직임이 확인됐다. 지난 9일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예상 실적을 상향 조정한 도쿄일렉트론 주가는 이날 13.33% 폭등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증시 움직임도 호재로 작용했다. 뉴욕증시에서 ARM의 주가가 3거래일 만에 두배 이상 치솟자, 이 회사 지분의 90%를 보유한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의 주가도 뛰었다. 도쿄증시에서 소프트뱅크 그룹은 이날 6.27% 상승 마감했다.
여기에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기술주 랠리에 힘입어 최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 역시 동맹국 일본 증시 상승세에 영향을 줬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12일 뉴욕증시에서 블루칩 중심으로 구성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각에선 미국 주식의 고점 경계론이 확산하고 있지만, 골디록스(경기가 과열도 냉각도 아닌 적절한 상태)라는 인식이 계속되면 상승 기조도 계속될 것"이라며 "이는 투자머니가 일본 증시로 향하기 쉬운 상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닛케이지수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지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닛케이지수의 사상 최고가는 1989년 말 기록된 3만8915이다.
증시 낙관론자들은 엔화 약세에 힘입어 외국인투자자 자금이 계속 몰리고, 기업 수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본 실물 경제가 증시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은 하락 변수다.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엔저 장기화, 소비 부진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2012년 6조3000억달러에서 2023년 4조2000억달러로 역성장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오는 15일 발표되는 일본의 4분기 GDP는 전기 대비 소폭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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