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경찰관들이 있는 사무실에서 윗옷을 벗고 상의 속옷만 입은 채 전화 통화를 한 해양경찰청 간부가 견책 처분을 받았다. 간부는 억울하다며 행정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적법한 징계라고 판단했다.
12일 인천지법 행정 1-1부(이현석 부장판사)는 해양경찰관 A 경정이 해경청장을 상대로 낸 견책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 경정에게 "2022년 4월 견책과 전보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A 경정은 지난 2021년 12월 인천시 연수구 해경청 본관에서 열린 총경 승진 역량평가 면접이 끝난 뒤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와 여성 경찰관 3명이 함께 있는 가운데 갑자기 윗옷을 벗었다.
다른 남성 경찰관이 "갑자기 옷을 왜 벗으시냐"고 물었으나, A 경정은 자신의 책장 앞에 서서 상의 속옷만 입은 채 전화 통화를 했다. 이 모습을 본 한 여성 경찰관은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다.
같은 해 3월 A 경정은 건강 악화와 업무 부담으로 힘들어하던 여성 경찰관 B씨에게 강제로 병가를 쓰게 했다. B씨는 기한이 정해져 있는 업무가 많다며 재택근무를 하겠다고 했으나, B씨 의견을 무시한 채 다른 직원에게 병가를 대신 신청하도록 하고 자신이 직접 결재했다.
해경청은 2022년 4월 품위유지의무와 성실의무 위반 등으로 A 경정에게 경징계에 해당하는 견책 처분을 하며 근무지를 바꾸는 전보 조처도 했다.
3개월 뒤 A 경정은 "징계 자체도 지나치지만, 문책성 인사로 인해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갑자기 전보돼 사실상 이중 처벌을 받았다"며 해경청장을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소송에서 상의 탈의에 대해 "당시 급하게 옷을 갈아입어야 했는데 사무실 책상 앞에는 가림막이 설치돼 있었다"며 "마침 자리에서 일어난 다른 직원이 그 모습을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B씨의 병가에 대해서도 "묵시적인 동의에 따라 한 것"이라며 "권한을 이용한 강요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가 일한 사무실 인근에는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화장실도 있었다"며 "품위 손상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B씨가 병가를 쓰겠다고 말한 사실이 없다"며 "B씨 의사에 반해 병가를 가게 한 행위는 부당한 지시를 해서는 안 된다는 해경청 행동강령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두 (비위) 행위 모두 징계양정 기준에 따르면 견책 이상"이라며 "원고가 받은 징계가 비례 원칙이나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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