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려면 자신들의 배설물을 치우기 위한 봉투를 반드시 챙겨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는 8일(현지시간) 에베레스트 지역 대부분을 관할하는 파상 라마 자치단체가 이 같은 조처를 했다고 보도했다.
파상 라마 자치단체의 밍마 셰르파 회장은 “우리 산에서 악취가 나고 바위에 사람의 대변이 보이며, 일부 등반가들이 병에 걸린다는 불만이 접수됐다”며 “이는 우리의 이미지를 손상하는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에베레스트산에는 총 4개의 캠프가 있다. 해발 5300m 높이에 베이스캠프를 시작으로, 8850m 정상 캠프 사이에 두 곳이 더 존재한다. 등반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베이스캠프에는 파란 드럼통을 두고 임시 화장실로 쓰지만 나머지 3곳에는 화장실이 없다.
등반가들은 화장실이 없을 경우 고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주로 땅을 파서 화장실로 사용하지만, 고도가 높아질수록 눈이 쌓이거나 땅이 굳어서 따로 땅을 파지 않고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등반가가 해마다 몰리면서 에베레스트 인근이 배설물로 인한 환경 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현지 환경 관련 NGO(비정부기구)인 사가르마타 오염통제위원회(SPCC)의 자료에 따르면 에베레스트 인근에는 매년 11~12t가량의 배설물이 버려진다. 이는 다 성장한 코끼리 2마리의 무게와 비슷하다.
게다가 배설물을 가지고 내려온다 해도 에베레스트 인근에는 쓰레기 처리시설이 없다. 이를 해발 5163m에 위치한 작은 마을 고락셉(Gorak Shep)에 버리게 되는데, CNN은 2018년 “고락셉에 수십 년 쌓인 배설물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에베레스트산 바이오가스 프로젝트’(MEBP)를 설립해 이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미국의 산악인 겸 엔지니어 개리 포터는 “자칫 이들 배설물이 강으로 흘러들어 식수원을 오염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파상 라무 자치단체는 오는 3월 시작되는 등반 시즌을 위해 약 8000개의 배설물 봉투를 조달하고 있다. 이 봉투에는 사람의 배설물을 굳혀서 무취에 가깝게 만드는 화학 물질과 분말이 들어 있다. 에베레스트산과 인근 로체산을 오르는 등반가들은 베이스캠프에서 이 봉투를 반드시 구입해야 하며, 베이스캠프에 돌아올 때도 봉투를 확인받아야 한다.
밍마 회장은 “이는 데날리산(북미 최고봉)과 남극에서도 등반가들이 사용해 온 방법”이라며 “이제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