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와 관련해 돈봉투를 수수한 혐의를 받는 현역 의원들에 대한 수사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사 대상에 오른 의원들이 검찰의 소환 요구에 불응하면서 ‘버티기 작전’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9일 검찰 안팎에서는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20명의 현역 의원들에 대한 수사가 오는 4월 총선 전까지 마무리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서면 조사로는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보고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수수 의심 의원들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지만, 의원들은 출석에 응하지 않고 있다.
우선 검찰은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4월 송영길 전 대표 지지 모임에 참석한 10명 가운데 조사가 이뤄진 이성만 무소속 의원(불구속 기소)과 임종성·허종식 의원 외에 나머지 7명을 피의자로 입건한 상태다.
검찰은 의원들이 사실상 특권을 요구하고 있다며 조사에 응해줄 것을 촉구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검찰의 정당한 출석 요구에 타당한 이유 없이 불응하는 것은 사실상 특권을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번 사건이 정당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 중대범죄인 만큼 국회의원으로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사안이 규명되도록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해당 의원들이 계속해서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조사에 나설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총선이 임박한데다 국회의원의 회기 중 불체포특권까지 고려하면 검찰이 총선 전에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검찰이 무리하게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등 초강수를 둔다면, 검찰이 수사를 빌미로 총선에 개입하려 한다는 야당의 정치 공세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총선 이후에나 돈봉투를 수수한 것으로 의심되는 의원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총선 이후에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되더라도 돈봉투를 수수한 것으로 의심되는 의원 중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이들이 국회 일정 등을 이유로 또다시 차일피일 조사를 미룰 수도 있어, 검찰이 조사에 협조하기만을 기다리기보다는 형사사법 절차 내에서 동원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 압박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정치인을 수사한 경험이 있는 부장검사 출신 A 변호사는 "국회, 지역구 일정 등을 핑계로 소환 일정만 조율하다가 시간을 보낸 경험이 있다"며 "돈봉투 수사와 관련해 법원이 인정한 범죄 사실을 근거로 검찰이 강하게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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