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가습기 살균제 국가 손해배상책임 첫 인정

1심 패소 판결 항소심서 뒤집혀
피해자 3명 300만~500만원 지급 판결
정부 “판결문 검토 후 상고 여부 결정”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가 숨지거나 질병을 얻은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 2심 선고가 열린 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이정일(왼쪽), 송기호 변호사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 2심 선고가 열린 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이정일(왼쪽), 송기호 변호사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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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민사9부(부장판사 성지용)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 김모씨 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6일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피해자 3명에게 위자료 300만∼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화학물질 유해성심사 및 공표 과정에서 피고 소속 공무원의 재량권 행사가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거나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화학물질 유해성심사를 불충분하게 했음에도 그 결과를 성급하게 반영해 일반적 안정성이 보장되는 것처럼 ‘유독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고시했고, 이를 10년 가까이 방치했다”며 “이에 따라 화학물질들이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은 채 수입·유통될 수 있었고, 가습기에 사용돼 지금과 같은 아주 끔찍한 피해를 낳게 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고 5명 중 2명은 위자료와 동일한 성격을 가진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상 구제급여조정금을 상당 액수 지급받았으므로 이를 청구할 수 없다”고 기각했다. 나머지 3명에 대한 위자료 액수는 이미 받은 지원금, 구제급여 등을 고려해 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 김씨 등 5명은 가습기 살균제를 구매 후 사용하다 폐질환 등으로 사망 또는 치료를 받아 피해를 입었다며 2014년 8월 국가와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 옥시레킷벤키저(옥시)와 세퓨,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을 제조·납품한 한빛화학·롯데쇼핑, 하청을 받아 직접 자체 브랜드(PB) 제품을 생산한 용마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후 조정 성립으로 옥시, 한빛화학, 용마산업, 롯데쇼핑이 소송 당사자에서 빠졌고 이에 따라 세퓨와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만 남았다.


1심에서 재판부는 세퓨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반면, 국가에 대한 배상 청구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제출하는 증거만으로는 대한민국의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원고들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선고 직후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은 “국가가 단순히 (피해자들을) 시혜적으로 돕는다든지 보상받는 걸 지원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피해자에게 배상할 법적 책임이 있다는 걸 확인한 뜻깊은 판결”이라며 “너무 오래 기다린 피해자 고통을 생각해 국가는 이 판결에 상고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환경부는 이날 고법 판결이 나온 이후 "판결문을 검토하고 관계부처와 협의해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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