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CB주식 38% 폭락…美지방은행 위기 재점화

지방은행 주가 일제히 하락
작년 지방은행 파산 사태 이후 최악
상업용 부동산 디폴트 가능성
연준 조기금리 인하 가능성 후퇴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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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방은행의 맏형 격인 뉴욕 커뮤니티 뱅코프(NYCB)의 주가가 하루에만 38% 폭락했다. 지난해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사태로 위기를 맞았던 지방은행의 리스크가 또다시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1일(현지시간) 미국 지방은행 종목으로 구성된 ‘SPDR S&P 리저널 뱅킹(Regional Banking) ETF’(KRE)는 전장 대비 5.9% 하락 마감했다. 마찬가지로 ‘KBW 나스닥 리저널 뱅킹 지수(Nasdaq Regional Banking Index)’(KRX)도 6.0%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3월 SVB 파산 사태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NYCB 주가 38%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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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세를 촉발한 건 지방은행 중에서 규모가 큰 NYCB였다. 파산한 시그니처은행 등을 인수하면서 자산 규모 1000억달러 중형은행으로 몸집을 키워온 NYCB는 고금리 여파로 인해 커진 자금조달 비용으로 지방은행이 어려움을 겪는 동안에도 수익을 일으켜 주목받았다.

하지만 실적이 크게 악화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이날 주가가 무려 37.7% 떨어졌다. 적자 전환이 가장 큰 이유였다. 지난해 4분기 2억6000만달러의 손실을 봤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1억9900만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과 크게 대비됐다. 또 대출 손실 충당금은 시장 예측치인 4500만달러보다 10배가 넘은 5억5200만달러를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주주 배당금 감소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토머스 칸게미 NYCB 최고경영자(CEO)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분기별 배당 지급액을 주당 17센트에서 5센트로 줄이기로 했다”며 “이런 필수적인 조치가 앞으로 회사 성장에 있어 더 견고한 기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커지는 지방은행 위기

미국 지방은행 주가는 연방준비제도(Fed)의 피벗(pivot·방향 전환) 기대감에 지난해 10월 말부터 낙폭을 크게 줄여 왔다. 금리 인하로 대출 마진이 늘고 예금 이자 부담이 줄어들면서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번 NYCB가 보여준 실적으로 기초체력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결과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Fed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줄어들면서 지방은행의 손실이 계속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지방은행들은 고금리에 예금으로 지금이 이탈하는 데 따른 순이자 마진 감소와 자산 비중이 높은 채권의 가치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해 왔다.

상업용 부동산 디폴트 우려 주목

지방은행의 다음 위기는 상업용 부동산일 거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소유주들이 많아지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높아진 상황이다. 상업용 부동산은 대출 만기가 돌아오면 원리금을 갚거나 차환해야 하는데, 지난 2년간 이어진 고금리와 코로나19 이후 자리 잡은 재택근무 문화로 공실률이 개선되지 않으면서다.

부동산 정보 업체 트렙에 따르면 미국에서 2027년까지 만기를 앞둔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는 2조2000억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만기가 도래한 상업용 대출 규모는 5410억달러다. 상업용 부동산 소유주들이 빚을 갚지 못한다면 소규모 지방은행의 재정건전성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투자 메모에서 은행주들이 저렴한 것으로 보이지만 불투명한 금리 인하 시점으로 인해 확신하기는 이르다고 짚었다. 웰스파고는 올해 은행 주식 전망에 대해 수많은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트루이스트 파이낸셜은 올해 지방은행 주식이 오를 여지가 더 많다고 내다봤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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