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월간 기준으로 4개월 만에 반등했다.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의 상선 공격으로 인한 중동 위기가 고조되면서다. 유가 전망은 엇갈리는 가운데 오름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브렌트유 4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0.12% 오른 배럴당 82.50달러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증질유(WTI) 3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1.35% 오른 배럴당 77.8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두 원유는 이달 들어 각각 7%, 8% 상승했다.
국제 유가가 월간 기준으로 오른 건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OPEC 협의체)의 원유 감산 조치에도 OPEC+ 이 외 산유국의 증산에 내림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촉발한 중동 긴장이 올 초부터 급격히 커진 탓이다. 올해 들어 유조선 등 상선에 대한 예멘 반군 후티의 공격이 확대되면서 미군과 연합군의 공격 강도가 높아졌다.
시장은 지난 27일 발생한 요르단 주둔 미군 피격 사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은 공격의 배후로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를 꼽고, 보복 대응 방침을 밝혔다. 중동을 무대로 한 전쟁이 확대되면 유가가 뛸 수 있다. SI증권의 윤성칠 원자재 수석 분석가는 블룸버그통신에 “모든 이목이 바이든의 다음 행보에 쏠려 있다”며 “이것이 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변수가 될 수 있는 만큼 친이란 민병대에 대한 미국의 조치가 제한적일 거란 분석도 나온다. 유가를 올리지 않는 게 재선을 노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기간 목표이기도 하다.
국제유가 오르더라도 상승 폭은 제한적일 거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기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우선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원유 소비 증가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 또한 미국, 가이아나 등 아메리카 지역 국가의 원유 증산으로 OPEC을 필두로 한 석유 카르텔이 깨지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OPEC의 원유 감산 조치 카드가 더 이상 가격 하락세를 막지 못한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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