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통 없으니 소문만…깜깜이 플랫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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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경쟁촉진법(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한 지 두 달째에 접어들었다.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 업체를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고, 반칙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법안 세부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막바지 단계에 돌입했지만 규제 대상은 대략적인 윤곽마저 드러난 게 없다.


하지만 시장에선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최근엔 쿠팡과 배달의민족이 지배적 플랫폼 지정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각각 온라인 유통 시장과 배달 플랫폼 시장 1위 사업자라 규제 가능성이 높았던 곳들이다. 제외 기준은 분명치 않다. 다만 독과점이라고 판단할 정도의 점유율은 아닌 데다 해당 시장의 경쟁도가 높고 다른 시장과 견줘 규모가 작다는 게 이유로 거론된다. 어떤 기준으로 쿠팡과 배민의 제외 가능성이 나오는지 알 수 없으니 플랫폼사들은 이들 기업의 상황을 토대로 규제안을 가늠해보는 지경이다.

업계에선 지난 두 달간 혼선만 키웠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쿠팡은 미국 법인이 한국 쿠팡 지분의 100%를 보유했고 배달의민족 역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대주주다. 외국계기업은 통상문제로 규제가 힘들 것이라는 무게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결국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대형 플랫폼사만 잡을 것이라는 우려만 키운다.


공정위는 이런 업계 우려에 "확정된 게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규제안에 대해 공개된 내용이 없다 보니 업계와 소통은 실종 상태다. 국내 주요 ICT 협력단체들이 모인 디지털경제연합이 공정위와 열기로 한 간담회는 업계가 먼저 연기했고 지난주 글로벌 기업들과의 간담회에선 구글, 애플, 메타 등 주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가 전부 불참했다. 공정위가 플랫폼법 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지 않은 이상 형식적 의견 수렴은 피하겠다는 입장이다.


플랫폼법은 규제 대상 기업뿐 아니라 이들과 협업하는 소상공인, 이용자, 더 나아가 국내 관련 생태계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는 규제다. 플랫폼 독과점 폐해가 심각하다면서 시장 파급력이 큰 규제를 제대로 된 토론회나 실증 연구도 없이 깜깜이로 추진하는 상황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내 기업이 역차별받는다는 인식을 줘선 곤란하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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