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새 최고치 찍은 국제유가…물가 자극하나

중동불안·美재고감소에 WTI유가 오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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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두 달 만에 최고치를 찍으면서 국내 소비자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가 상승은 물가 부담으로 이어지고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보다 2.27달러 오른 배럴당 77.3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지난해 11월29일 77.86달러를 기록한 이후 안정세를 보이다가 약 2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및 중동 불안으로 WTI 기준 작년 10월 90달러대까지 올랐다가 이후 원유 공급과잉 전망이 제기되면서 12월에는 60달러대로 후퇴한 바 있다.

중동 지정학적 우려 커지면서 유가 자극

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중동의 지정학적 우려가 지속되는 데다 한파로 미국의 원유 재고가 감소하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중동의 홍해에서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민간 선박을 공격하고 있다. 이에 미국과 영국은 후티 반군 기지를 공습 중이다.


세계 2위 해운선사 머스크는 전날 자사의 상선이 아덴만에서 홍해로 연결되는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던 중에 예멘의 후티 반군으로부터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중동 불안이 확산될 움직임에 국제유가도 영향을 받는 중이다.

황유선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최근 홍해에서 후티 반군의 민간 상선에 대한 공격에 대응해 미국과 영국이 대규모 공습을 단행하면서 중동 불안이 재차 고조되는 상황"이라며 "중동사태 불확실성으로 국제유가 리스크 프리미엄이 재차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황 연구원은 "다만 확전이 억제되고 실질적인 공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에는 유가 상승이 제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 한파가 찾아오며 원유 생산과 재고가 감소한 영향도 받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100만배럴 감소했다. 미국에 북극 한파가 몰아쳐 일부 원유 시설 가동이 일시 중단됐기 때문이다.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923만배럴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 개선 기대감도 유가 상승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25일 발표된 미국의 지난해 4분기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연율 3.3%로 시장 예상치인 2%를 크게 뛰어넘었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하고 침체 없는 연착륙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제유가를 밀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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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오르면서 국내 물가 상승 전망도

유가가 오르면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국제유가는 국내 소비자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소비자물가가 예상치를 뛰어넘으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심리가 약화할 수 있다. 최근에는 원·달러 환율까지 오르면서 물가불안 요인이 커지는 분위기다.


한은 관계자는 "유가 상승과 달러 강세는 모두 원자재 수입가격을 상승시켜 우리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라며 "아직까지는 유가 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볼 수는 없지만 추가로 오른다면 물가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가 더 오르면서 연중 지속적으로 물가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동향분석팀장은 "국제유가는 OPEC의 감산이 강화된 가운데 홍해 교전으로 중동지역 리스크가 심화하는 등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함에 따라 공급측 가격 상방 압력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대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팀장은 "유가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올해 물가 수준이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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