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이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강행 시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며 일각에서 의료 공백 우려가 제기된다. 병원계는 지난 2020년에도 정부의 의대 정원 확충 무산을 위한 전공의들의 파업에 홍역을 앓은 바 있다.
2020년 8월7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입구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 학생들이 정부의 의사 정원 확대안에 대해 반대하며 단체행동을 하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달 30일부터 3주간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에서 응답자의 86%가 의대 증원 강행 시 집단행동에 참여하겠다고 답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각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를 취합한 것이다. 전체 1만5000여명의 전공의 가운데 55개 수련병원에 속한 4200여명의 전공의가 조사에 참여했다.
전공의단체가 이번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을 두고 파업 등 단체행동 의사를 본격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대전협은 의대생 단체인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와도 함께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며 공식 비상대책회의를 갖기 위한 일정을 조율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즉각 유감을 표했다. 복지부는 대전협 발표 다음날 "정부는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필요한 모든 조치를 엄정하게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전협은 2020년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했을 때도 파업에 나선 바 있다. 당시 개원의들이 중심인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 참여율은 한 자릿수에 그쳤지만, 전공의들의 파업 참여율은 80%에 육박했다. 정부는 이들의 반대에 막혀 결국 증원 추진 계획을 접었다.
특히 이번 설문에 참여한 55개 병원 중 27곳은 500병상 이상 규모이며, 여기에는 '서울 빅5' 병원 두 곳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병원에선 전공의가 근무에서 빠지면 교수들이 전공의 업무까지 맡아야 하기 때문에 외래진료와 수술 등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 전공의 집단행동이 큰 영향력을 가지는 이유다.
전공의는 수련의(인턴) 과정을 마친 뒤 각 진료과목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3~4년간 수련받는 의사를 말한다. 흔히 레지던트라고 불린다. 교수의 진료와 수술을 보조하며, 병동에 입원한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고 교수의 지도 아래 진료하는 업무를 맡는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에 따르면 전공의는 1주일에 80시간까지 근무(수련)할 수 있다. 주 7일 근무로 계산해도 일평균 11~12시간 근무하게 되는 꼴이다. 교육적 목적을 위해서라면 8시간 연장까지 가능하다. 36시간을 초과해선 안 되지만 응급상황에는 연속 40시간 근무까지도 법적으로 가능하다.
이에 병원계는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공백이 결국 환자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며 우려를 제기했다. 서울의 한 상급 종합병원 관계자는 "2020년 당시에도 전공의들이 파업에 나서며 연세가 지긋한 교수들이 새벽에 환자를 보게 되는 등 환자 관리에 차질이 있었다"며 "또다시 대규모 집단행동이 일어난다면 그 피해는 결국 환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대한병원협회는 전공의 파업은 병원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추이를 지켜보겠단 입장이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니, 우선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 안전이다. 개별 병원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대응책을 고심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단기간이라면 모르겠지만 집단행동이 장기화한다면 대체 인력들의 피로 누적 등으로 문제가 심각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복지부는 오는 설 연휴를 전후해 2025학년도부터 적용할 의대 입학정원 증원 규모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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