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연인 등을 대상으로 한 '스토킹 범죄' 발생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특히 이별 통보를 받은 뒤 지속해서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전송하는가 하면, 더 나아가 주거침입·폭력 등 2차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사건은 집행유예, 벌금형 등 관대한 판결이 내려져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11단독 정원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위반 및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25)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40시간의 스토킹 범죄 재범예방 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4월6일과 8일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서울 광진구 소재 피해자 거주지의 공동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이어 지난해 6월에는 현관문을 두드리고 발로 차면서 소리를 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 10일에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및 상해 혐의로 기소된 B씨(35)가 서울동부지법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B씨는 지난해 6월25일 서울 송파구 소재 옥탑방에서 여자친구를 주먹으로 수회 때리고 발로 걷어찼다.
또 다음 날인 26일 피해자의 양쪽 뺨과 턱을 수회 때리고, 허리 부위를 발로 찼다. 피해자는 약 3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당했다. B씨는 같은 달 28일 이별 통보를 받았으나, 피해자에게 전화와 메시지를 지속해서 전송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전화와 메시지를 이용해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키는 등 스토킹을 했다"고 판시했다.
스토킹 범죄는 일회성이 아닌 반복적 행위가 있을 때 성립된다. 유형별로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나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직접·제삼자를 통해 물건을 도달하게 하거나 주거지·부근에 두는 행위 ▲주거지·부근에 놓여 있는 물건을 훼손하는 행위 등이 해당한다.
이 같은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다만 실제 처벌은 이보다 관대한 편이다. ‘2023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2년 스토킹 처벌법 관련 1심 판결은 959건 이뤄졌는데, 이 가운데 집행유예(300건)와 벌금형(216건)이 절반 이상인 53.8%를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스토킹 범죄는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스토킹 발생 건수는 2021년 1023건에서 2022년 1만545건으로 늘었다. 성별 검거 인원은 남성이 약 80%를 차지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스토킹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데, 법원이 엄격한 판단을 내려줘야 징벌 효과가 있다”며 “관대한 처벌로 인해 보복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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