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내 대표적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16일(현지시간) 연내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시장의 기대만큼 빠르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러 이사는 이날 브루킹스연구소가 주최한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이 반등하거나 다시 높아지지 않을 경우 올해 금리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미 경제가 성장과 고용이 견조한 가운데서도 인플레이션은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almost as good as it gets)"고 평가했다. 다만 "이것이 계속 지속될지는 의문"이라며 Fed 당국자들은 금리 인하 전 인플레이션이 2% 목표달성을 위한 궤도에 있다는 추가 증거를 확인하기 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러 이사는 "금리를 내릴 적절한 시기가 됐을 때, 우리가 시간을 투자해 신중하게 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이전까지 많은 사이클에서 금리 인하는 비교적 빠르고 큰 폭으로 진행됐으나, 이번 사이클에서는 빨리 금리를 내릴 이유가 없다"고 짚었다. 이르면 오는 3월 첫 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감에 제동을 건 발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은 현재 Fed가 1월 동결 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가능성을 65%가량 반영 중이다. 이날 월러 이사의 발언이 공개되기전 72%선에서 약화됐다.
이날 월러 이사는 구체적인 금리 인하 시기나 조건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인하 시기와 속도는 인플레이션 경로 및 경제 지표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답했다. 투자은행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분석가는 투자자메모를 통해 이날 월러 이사의 발언이 작년 11월과 달리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이날 월러 이사의 발언은 3월 금리 인하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보고 있다"며 "5월 또는 6월에 첫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우리의 전망과 일치한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결정 투표권을 갖고 있는 월러 이사는 Fed 내에서도 매파적 인사로 꼽힌다. 다만 지난해 11월 말 한 연설에서 "현 통화정책이 2% 물가목표 달성에 적절하다"고 입장을 선회하며 금융시장에 피벗 기대감을 급격히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눈길은 인플레이션 지표에 이어 이번 주 공개되는 소매판매, Fed의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북 등에 쏠린다. 소매판매 지표는 미 실물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버팀목이자 종합적인 경제 건전성을 평가하는 척도로 꼽힌다. 12월 소비자 지출이 여전히 탄탄한 수준을 나타낼 경우 이는 당분간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매파 목소리에 힘을 실을 수 있다. Fed 내 3인자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등의 연설도 주중 예정돼있다. 앞서 보스틱 총재는 금리 인하가 3분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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