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 폭탄' 홍콩ELS…상반기 '10조' 만기 도래

2021년 판매된 ELS, 1월부터 본격 만기…50% 이상 손실 확정
같은 추세라면 상반기에만 5조 손실 우려
금감원, 은행·증권사 12곳 현장검사…2~3월 결과 발표
홍콩H지수 회복 요원…투자자·판매사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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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중은행과 증권사가 판매한 홍콩H지수를 추종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원금 손실 우려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홍콩H지수가 고점이었던 2021년 초를 전후로 판매된 ELS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50% 이상 손실을 확정한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에만 10조원을 웃도는 ELS가 만기를 앞두고 있어 파장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콩H지수가 최대 1만2300선까지 근접했던 2021년에 판매된 홍콩H지수 ELS 중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상품이 10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50개 중국 기업을 모아 산출하는 홍콩H지수를 추종하는 ELS는 가입 후 3년 만기로 판매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이 확정된다.

그러나 홍콩H지수가 2021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15일 기준 5440선에 머무는 탓에 대규모 손실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홍콩H지수는 2022년 한때 5000선을 밑돌기도 했다. ELS의 손실 확정 기준은 상품마다 상이하지만, 추종지수가 가입 당시 기준의 65~70% 수준이 돼야 원금손실을 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녹인(Knock-in)'형의 경우 만기 시점에 추종 지수가 통상 70%를 웃돌면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을 수 있지만 70%를 밑돌 경우 하락률만큼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노 녹인(No Knock-in)'형도 가입 당시 기준의 약 65%가 수익 분기점이어서 초고위험 상품에 속한다.


이번에는 은행권 판매 비중이 높았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지난해 11월 기준 홍콩H지수 ELS 누적 판매액은 총 19조3000억원으로 이중 KB국민은행(8조원), 신한은행(2조4000억원), NH농협은행(2조2000억원), 하나은행(2조원), SC제일은행(1조2000억원)에서 15조9000억원어치가 판매됐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겪은 우리은행만 이번 사안에서 다소 비켜나 있는 정도다.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수조원대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주요 판매사들을 대상으로 현장 검사를 시작했다. 사진은 8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수조원대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주요 판매사들을 대상으로 현장 검사를 시작했다. 사진은 8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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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 ELS 만기 1월에만 9000억원 규모…상반기 5조원대 손실 가능성

만기가 도래했거나 도래할 예정인 홍콩H지수 ELS는 1월에만 9100억원에 이른다. 이미 올해 들어 지난 12일까지 국민, 신한, 농협, 하나, 우리 등 5개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ELS 중 2105억원어치가 만기를 맞았고 평균 손실률은 50%를 웃돌았다. 손실 확정 금액은 1067억원으로 투자자들은 원금의 절반 수준만 가까스로 건질 수 있었던 것. 이에 홍콩H지수가 최근 흐름을 그대로 이어간다면 1월 손실 규모만 4000억원을 웃돌 가능성이 높다.


증권사도 예외는 아니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하나증권, KB증권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 중에서도 지난 9일까지 15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8일 처음으로 손실을 확정한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의 ELS의 최종 수익률은 각각 -48.6%, -48.1%였다. 나머지 증권사들의 최종 수익률도 예외 없이 -50%에 육박했다.


문제는 만기를 맞는 홍콩H지수 ELS가 앞으로 급격하게 늘어나는 데 있다. 금감원이 집계한 올해 만기 도래하는 홍콩H지수 ELS는 총 판매액 19조3000억원의 79%인 15조4000억원이다. 월별로는 2월 1조6586억원, 3월 1조8170억원, 4월 2조5553억원, 5월 1조5608억원, 6월 1조5118억원으로 조사됐다. 앞서 손실을 확정한 ELS와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상반기에만 5조원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홍콩H지수를 둘러싼 증시 환경도 밝지 않다. 중국 내 부동산 경기가 급격하게 냉각되고, 지방정부 부채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대만 대선에서 민진당이 승리함에 따라 홍콩증시에 미칠 부정적 요인이 더해졌다는 관측이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00년 이후 6차례 대만 대선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친미 성향의 민진당 당선이 양안 관계 긴장감 확대로 해석돼 홍콩증시에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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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민원 속속 접수 "불완전판매 확인 땐 엄중 조치"…금감원 현장검사 결과 2~3월 발표


우려했던 손실이 잇따라 확정되면서 투자자는 물론 판매사들도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지난 12일까지 주요 은행에 접수된 홍콩H지수 ELS 관련 민원은 1410건으로 올해 들어서만 518건이 접수됐다. 민원 중에서는 고위험 상품임을 명확하게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내용 등 판매 과정의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은행들은 내부 대응팀을 꾸려 ELS 관련 민원을 접수하고 금감원에 보고하는 절차 외에는 뾰족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은 홍콩H지수 ELS 대응 태스크포스(TF) 꾸린 데 이어 현장검사와 민원 조사를 통해 위법 사항을 꼼꼼하게 들여다볼 계획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11~12월 주요 ELS 판매사 12곳을 대상으로 현장 및 서면조사를 벌이고 ELS 판매 한도 관리 부실, 판매 드라이브 성과지표(KPI), 계약서류 미보관 등 문제점을 확인했다. 이후 지난 8일부터는 국민, 신한, 농협, 하나 등 주요 판매사에 검사 인력을 파견했다. 금감원은 현장검사 결과를 토대로 한 대응 방안을 2~3월께 내놓을 방침이다.


검사 결과에 따라 불완전 판매 등이 확인될 경우 판매사의 대규모 손실 보상이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ELS는 금융투자상품으로 투자자들도 자기책임 원칙에 따라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서도 고객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영업 행태 등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밝힌 만큼 과거 보상 사례가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2019년 DLF 사태와 2021년 라임펀드 사태 당시 손실액의 40~80%를 배상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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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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