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통신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저궤도 위성이 인터넷에 이어 ‘휴대전화’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민간우주기업인 스페이스X가 최근 휴대전화와 위성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목표로 스타링크 위성 6기를 쏘아 올린 것이다. 저궤도 위성통신은 인터넷 음영 지역뿐만 아니라 항공, 해상 지역에서도 원활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 또 통신 광케이블과 기지국 등 인프라 구축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줄여 지상 통신의 단점을 보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 업계에선 이미 촘촘하게 망 구축이 돼 있는 5G보단 앞으로 다가올 6G 시대에 위성통신 위력이 발휘될 것으로 보고 있다. 6G 상용화와 함께 ‘우주폰’ 시대도 열리는 것이다.
스페이스X는 올해 초 휴대전화 연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위성 6개를 처음으로 저궤도에 쏘아 올렸다. 단말기 등 별도의 장비 없이 휴대전화에 곧바로 연결한다는 뜻에서 ‘다이렉트 투 셀’ 이란 이름을 붙였다.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시작으로 향후 통화, 검색까지 가능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다이렉트 투 셀 서비스로 전 세계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휴대전화와 위성을 연결할 경우 가장 크게 나타날 변화는 지상에 깔린 통신망이다. 이동통신업체들은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각 지역에 기지국을 설치하게 되는데, 위성과 직접 연결할 경우 기지국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내 이통 3사가 설치한 전국 기지국 수는 32만1754개다. 우주폰이 상용화되면 이통사뿐 아니라 장비업체까지도 영향권에 놓이게 된다.
스타링크가 국내에서 인터넷뿐 아니라 위성전화까지 서비스를 한다고 해도 국내 B2C 시장에 미칠 영향은 현시점에선 미미하다는 게 중론이다. 유무선 지상 통신망이 이미 국토의 90% 이상 촘촘하게 깔려있고 인터넷 보급률이 높아 당장에는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이통사들과 결합 상품을 내지 않는 한 사용자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지상 통신이 아직은 우위에 있다. 또한 스타링크는 이용자들이 새로운 휴대폰을 구입하거나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고 기존 휴대폰으로 다이렉트 투 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5G보다 속도가 느린 LTE(4G)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스타링크의 '다이렉트 투 셀(D2C)' 구현 원리. 최근 스타링크는 저궤도 위성이 지상 기지국을 거치지 않고 휴대폰과 직접 통신하는 '다이렉트 투 셀'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음성통화, 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출처=스타링크 홈페이지]
원본보기 아이콘최경일 KT SAT 기술총괄(전무)은 "거의 모든 국민들을 대상으로 초고속 인터넷망을 구축해 서비스하고 있는 국내 이통사들은 스타링크가 제공하는 위성인터넷의 영향력이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정용 인터넷의 경우) 상대적으로 비싸면서 하늘을 볼 수 있는 곳에 위성 단말기를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이 단점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다이렉트 투 셀도 이동통신 시스템의 표준을 따르지 않고 있으며, 현재까지는 기술적인 제약사항 때문에 단순한 문자메시지나 매우 속도가 느린 데이터·음성통신 정도만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기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 저궤도 위성통신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최첨단 6G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선 위성통신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스타링크는 저궤도 위성을 활용해 가정용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사용자는 위성신호를 송수신할 수 있는 안테나를 지붕 위에 설치해야 한다. 가정용 서비스의 평균적인 다운로드 속도는 20~100Mbps, 업로드 속도 5~15Mpbs로 일반 지상통신과 비교했을 때 크게 뒤쳐지지 않는다. [출처=스타링크 홈페이지]
원본보기 아이콘6G 시대는 데이터 전송속도가 5G보다 50배 빠른 ‘꿈의 세상’이 열린다고 한다. 인공지능(AI), 확장현실(XR), 도심항공교통(UAM), 자율주행차 등 정밀한 제어를 해야 하는 혁신 기술 구현이 가능해진다. 글로벌 기업들이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머스크는 최대 4만2000개의 스타링크 위성을 저궤도에 띄워 전 세계에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려 하고 있다. 저궤도 위성통신은 구역마다 통신 케이블과 기지국을 설치해야 하는 지상 통신의 시간적·공간적 한계를 극복해 국경을 넘나드는 방대한 데이터 확보가 가능해진다.
스타링크는 지난해 이미 한국 법인을 세우고 국내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스타링크 한국법인은 지난해 5월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완료했다. 스타링크는 일본에 있는 게이트웨이 설비를 사용해 국내 사업을 추진 중이고, 이를 위해 정부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주파수 혼·간섭 여부와 이용자 보호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스타링크는 국내 사업에 용이하도록 KT의 위성서비스 계열사인 KT SAT을 비롯해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텔링크, LG유플러스까지 이통사들과 손잡았다.
정부로부터 사업 승인이 나면 통신 3사는 스타링크의 국내 리셀러 파트너 역할을 하게 된다.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의 고객 모집과 관리 업무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상 통신망 접근이 어려운 해양 지역이 첫 번째 타깃이다. KT SAT과 SK텔링크는 그동안 정지궤도 위성으로 선박 업무 등 해양통신 분야에 필요한 핵심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여기에 저지연·고속 통신을 특징으로 하는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가 추가되면 선원들이 디지털 여가활동을 즐길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해양 솔루션을 도입할 수 있게 된다.
최 전무는 "향후 저궤도 위성통신은 모든 사물이 연결되는 6G 시대에 지상망이 닿지 않는 곳에서 모든 사물을 연결해야 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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