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0일(현지시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상장을 승인하면서 첫날 오전 거래량이 4조원 규모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국내에서는 금융당국이 현행 자본시장법 위배를 이유로 증권사에 ETF 중개를 금지해 직접 투자가 어렵게 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후 첫 거래일인 11일(현지시간) 오후 1시 기준 총거래량은 30억달러(3조95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다 거래량을 기록한 ETF는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로 거래량은 약 17억달러에 달했다. 블랙록 자산운용의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는 8억8000만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ETF에서 거래가 활발하게 나타나면서 비트코인 거래량도 40% 이상 증가했다.
미국 SEC가 11개 ETF 상장을 동시에 승인하면서 거래량이 급증한 것으로 관측된다. 10개가 넘는 ETF가 동시다발적으로 승인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도 나왔다. 위원회는 2018년부터 2023년 3월까지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의 신청 건을 포함해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상품(ETP)과 관련된 신청을 20여건 이상 반려했으나, 법원이 상장 거부 사유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하면서 10일(현지시간) 최초로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승인 결정을 내렸다.
거래량 상위에 포함됐다고 해서 자금 순유입이 많은 종목으로 볼 수는 없다. 거래량 1위인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의 경우 1.5%의 높은 연간보수를 적용하기 때문에 자금 순유출이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 ETF 전문가 제임스 세이파트는 엑스(X/옛 트위터)에서 "거래량 절반이 GBTC에서 나온 것은 GBTC를 매도하고 다른 ETF를 매수한 투자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비트코인 현물 ETF들의 연간보수는 0.2~1.5% 수준이다.
거래량이 급증했지만 비트코인 가격 변동폭은 제한적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640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으나 현재 상승폭 대부분을 반납한 상태다. 전일 장중 최고 6449만원까지 치솟았던 가격은 이날 오전 8시 46분 기준 6090만원으로 내려왔다. 거래량 2위 가상자산이자 알트코인(비트코인 제외 가상자산류) 대장주인 이더리움도 340만원대로 초반 반짝 급등했다가 상승폭을 반납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되면서 가격 변동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증권사 중개 자본시장법 금지로 당분간 비트코인 현물 ETF 투자는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현행법상 국내 증권사의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는 법에 위배된다며 증권사에 이 같은 유권해석을 전달했다. 당국 결정에 국내 증권사들은 그동안 거래돼 왔던 캐나다·독일 비트코인 현물 ETF인 'Purpose Bitcoin ETF'의 신규 매수를 최근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국내 증권사가 해외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기존 정부 입장과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다만, ‘가상자산의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올해 7월 시행되는 등 가상자산에 대한 규율이 마련되고 있고, 미국 등 해외사례도 있는 만큼 추가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미국 SEC의 비트코인 상장지수상품(ETP) 승인으로 가상자산 전반의 가격 변동성이 높아진 데 주목하면서 가상자산감독국과 가상자산조사국을 출범시켰다.
2021년 12월 비트코인 선물 ETF가 상장될 당시와 달리 금융당국이 선제적으로 제재 조치를 취하면서 시장에선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통상 해외 ETF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별도로 제재를 한 적은 없는데 사실상 거의 처음 있는 일"이라며 "당국에서 분명한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고객들에게 합리적으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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