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이 전 세계 정·재계, 학계 유명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연차총회(다보스포럼)를 앞두고 당장 눈앞에 닥친 최대 리스크로 인공지능(AI) 등에 기반한 가짜정보 확산을 꼽았다. 미국을 비롯한 최소 65개국이 올해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러한 가짜정보가 자칫 사회 양극화와 불안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 경제 전반에도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향후 10년간 장기 리스크로는 기상이변이 지목됐다.
WEF는 10일(현지시간) '2024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다보스포럼을 주관하는 WEF는 매년 1월 포럼 직전 각 분야 전문가 1500여명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위험요인들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가 19번째다. 사디아 자히디 WEF 전무는 "전 세계가 기후, 분쟁 위기로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빠르게 가속하는 기술 변화, 경제적 불확실성을 배경으로 (리스크를) 선정했다"면서 "글로벌 리스크에 대한 대비가 더욱 중요한 시점"이라고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향후 2년간 최대 리스크로는 AI 등에 기반한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 및 허위 정보(disinformation)가 지목됐다. 최근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활용이 확산하면서 이러한 가짜정보의 사회적 여파는 기후변화, 전쟁, 인플레이션, 경기침체의 영향보다 더 클 것으로 평가됐다. 보고서는 "점점 정교해지는 기술로 인해 가짜정보의 파괴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면서 "향후 2년간 각종 가짜 콘텐츠가 다양한 방식으로 개인을 조작하고 경제에 피해를 주고 사회를 파괴할 수 있다. 딥페이크 포르노, 주식 시장 조작 등 새로운 종류의 범죄도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올해는 오는 13일 대만 총통 선거부터 미국, 인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베네수엘라, 유럽연합(EU) 등 다수국에서 30억명 이상이 선거를 치르는 이른바 '슈퍼 선거의 해'다. 이 과정에서 가짜 정보가 범람하며 사회적 혼란 증폭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보고서를 취합한 컨설팅회사 마시 맥레넌의 캐롤라이나 클린트는 "AI는 우리가 이전에 보지 못한 방식으로 많은 유권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면서 "선출된 정부에 대한 적법성을 두고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 결국 사회적 양극화는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향후 2년간 전 세계가 직면한 리스크로는 기상이변, 사회적 양극화, 사이버 불안, 국가 간 무력 충돌, 경제적 기회 부족, 인플레이션, 비자발적 이주, 경기침체, 오염 등이 이름을 올렸다. 국가 간 무력 충돌의 경우 올해 처음으로 상위 10대 리스크에 이름을 올렸다.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전쟁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WEF는 향후 2년간 세계 강대국들의 관심이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지구 전쟁, 대만을 둘러싼 갈등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또한 이 가운데 하나라도 전선이 확대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금융시장, 정치적 안전성이 뒤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단기 리스크 2위에 오른 기상이변은 전 세계가 직면한 장기 리스크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향후 10년간 상위 10개 장기 리스크 가운데 기상이변, 지구 시스템에 대한 중요한 변화, 생물다양성 손실과 생태계 붕괴, 천연자원 부족, 오염 등 무려 5개가 기후 관련 내용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향후 10년간 돌이킬 수 있는 기후변화 전환점을 지나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밖에 장기 리스크로는 잘못된 정보와 허위 정보, AI 기술의 부작용, 비자발적 이주, 사이버 불안, 사회적 양극화 등이 언급됐다.
올해 다보스 포럼은 오는 15~19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신뢰 회복(rebuilding trust)’을 주제로 열린다. WEF가 향후 2년간 최대 리스크로 꼽은 AI는 이번 포럼에서도 주요 화두가 될 전망이다.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등 AI 기술 경쟁을 이끄는 주요 기업 관계자들과 석학들이 대거 참석해 AI가 가져올 미래를 논의할 예정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각국 지도자들도 참석한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가자지구에서의 전쟁 종식을 위한 해법을 두고 머리를 맞댈 전망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포럼 기간 연설에도 나선다. 다만 G2인 미국·중국 정상은 모두 불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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