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엔 딸기·고구마?…'제철 마케팅'에 깜빡 속은 당신[헛다리경제]

②제철음식의 역설
제철과일로 알려졌는데 비싼 이유는
하우스 재배로 겨울 공급 늘었지만 수요도 급증
이상기온 변수…"작황 부진 겹치며 가격 껑충"

편집자주좀 더 나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똑똑한 경제활동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헛다리를 짚은 경우가 많다. 기업 마케팅에 속거나 순간적 이득에 눈이 멀어 잘못된 판단을 하면 결국엔 피해 보는 쪽은 소비자다. 일상생활 속 대상을 잘못 파악하고 일을 그르친 '헛다리' 짚는 경제활동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연초부터 식품업계가 겨울철 딸기를 테마로 한 각종 음료와 디저트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새콤달콤한 딸기 맛은 케이크, 빙수, 음료 등 어떤 메뉴에 곁들여도 잘 어울린다. 제철 과일이 건강에 좋고 가격도 저렴할 것이라는 인식도 소비 심리를 자극한다. 정말 제철 과일이 저렴할까? 그리고 정말 그 재료가 제철일까? 꼼꼼히 따져보지 않으면 마케팅에 깜빡 속아 지갑을 열기 쉽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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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과일'은 옛말?…배경엔 하우스 기술·제철 마케팅

딸기의 제철은 겨울이 아니라 늦봄~초여름이다. 우리가 딸기를 겨울 제철 과일로 인식하게 된 것은 비닐하우스 재배 덕분이다. 원래 딸기 농장에서는 4~6월에 딸기를 수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하우스 재배가 가능해지면서 지금은 1년 내내 딸기를 수확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들은 이제 딸기의 제철이 겨울로 바뀌었다고 인식할 정도까지 됐다.


딸기와 비슷하게 제철에 대한 혼란을 야기하는 게 고구마다. 겨울 영양 간식의 대명사 고구마의 제철도 사실 늦여름~가을(8~10월)이지만 추운 겨울날 손을 호호 불어가며 갓 구운 고구마를 먹던 경험 덕분에 고구마의 제철을 겨울이라 오해하기 쉽다. 고구마 역시 지금은 하우스 재배로 계절에 상관없이 수확이 가능해진 데다 장기 저장이 가능한 품종이 개발되면서 제철에 대한 의미가 없어졌다.

딸기와 고구마의 제철을 바꿔놓은 또 다른 비밀은 기업들의 '제철 마케팅'에 있다. 계절을 떠올리게 하는 재료로 상품을 개발하면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린다는 전략을 이용한 것이다. 새빨간 과육에 하얀 생크림을 얹은 딸기 케이크가 산타클로스를 연상케 해 크리스마스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식이다. 한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겨울이 되면 딸기를 떠올리는 소비자들이 많다 보니 그 니즈를 고려해서 상품을 개발·출시하고 있다"며 "딸기가 아니더라도 여름엔 수박, 겨울엔 고구마 등 계절마다 잘 나가는 제철 테마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새해 벽두부터 식음료 업계는 이른바 '딸기 전쟁' 중이다. 글로벌 티(Tea) 음료 전문 브랜드 공차코리아는 '딸기 바닐라 쥬얼리 밀크티', '딸기 블러썸 밀크티', '딸기 블러썸 스무디 등' 총 3종의 신메뉴를, 컴포즈커피는 국내산 제철 딸기로 만든 '국내산 딸기주스'를 비롯해 '딸기 치즈스무디', '딸기연유라떼', '딸기애플잼라떼' 등을 선보였다. 지난달 커피 프랜차이즈 이디야커피는 '제철 담은 생딸기 주스', '딸기 듬뿍 라떼', '딸기 바나나크림 라떼,' '생딸기 허니 블랙티', '생딸기 바나나크림 플랫치노' 등 신메뉴 5종을 출시했다.


이디야커피가 출시한 생딸기 음료 5종. [이미지제공=이디야커피]

이디야커피가 출시한 생딸기 음료 5종. [이미지제공=이디야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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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차코리아의 신메뉴 딸기 바닐라 쥬얼리 밀크티. [이미지제공=공차코리아]

공차코리아의 신메뉴 딸기 바닐라 쥬얼리 밀크티. [이미지제공=공차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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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수입산 과일이 오히려 대체재로 부상정부, 할당관세로 과일 물가 단속

겨울엔 딸기·고구마?…'제철 마케팅'에 깜빡 속은 당신[헛다리경제] 원본보기 아이콘

제철 과일이 항상 저렴한 것도 아니다. 일반적으로는 수확 철에 가장 많은 물량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상품의 가격이 내려가지만, 소비량이 함께 증가할 경우 공급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동반될 수 있다. 여기에 이상기후까지 겹쳐 출하량 감소가 나타날 경우 가격 상승 속도는 더 가팔라진다.

딸기의 경우 지난해 재배면적이 감소하고 작황도 좋지 않아 공급이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겨울 제철과일 인식으로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딸기 소비가 급증한 데다 최근 카페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제철과일 상품으로 딸기음료를 잇따라 선보이는 등 공격적 마케팅에 나서면서 수요처가 늘었고 가격은 뛰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딸기 1kg 평균 소매가격은 2만1078원이다. 1개월 전(2만4292원)보다는 하락했지만 평년(1만7364원)보다 약 21% 오른 가격이다.


저렴한 과일로 장바구니 물가를 낮추려는 소비자들은 이제 '제철 과일이 싸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값싼 수입산 과일을 찾고 있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딸기 한 팩(500g)이 1만원 전후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데 반해 수입산 바나나는 유기농을 골라도 500g에 4000원 선으로 절반 이하의 가격에 살 수 있다.


정부도 치솟는 과일값을 잡기 위해 과일 수입을 대폭 확대하고 '할당 관세'(특정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한시적으로 낮추거나 면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주 정부는 '2024년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자몽 ▲오렌지 등 수입 과일 21종에 대한 관세를 면제 및 인하키로 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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