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 150만원, 식기 200만원, 코트 133만원
최근 반려인들이 모인 오픈 카톡방에 올라온 사진에 등장한 반려동물 용품이다. 반려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가운데 반려동물 용품 시장에서 하이엔드 제품에 지갑을 여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거나 결혼 후 맞벌이를 하며 자녀 대신 반려동물을 키우는 ‘딩펫족’이 늘어난 덕분이다.
14일 이커머스업체 SSG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한 번에 반려 용품을 10만원 이상 주문한 건수는 전년 대비 31%나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의류와 리드 줄, 패션용품 등이 포함된 ‘액세서리’ 카테고리의 경우 20만원을 한 번에 소비한 건수는 같은 기간 대비 8배나 신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려인들이 늘면서 판매채널에서 제공하는 제품도 덩달아 확대된 영향도 있지만, 반려동물에게 더 비싼 제품을 사주려는 반려인들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는 브랜드 가치가 높은 고급 제품을 선보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값이 저렴한 가성비 제품보다 비교적 가격대가 높은 제품들이 잘 팔리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프리미엄 반려동물 브랜드 몽슈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08% 신장했다. 최근엔 프리미엄 친환경 반려동물용품을 생산하는 기업 ‘베르그앤릿지(BERG&RIDGE)’가 북유럽 디자인을 입힌 반려동품 용품을 선보였는데, 주요 제품을 보면 핀란드 자작나무를 활용한 강아지 집 가격이 167만~225만원, 이동 가방은 95만원이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명품업체들이 출시한 용품들도 꾸준히 잘 팔리고 있다. 가격을 보면 웬만한 명품가방 가격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명품 수요가 높아지면서 펫 제품을 들여놓는 매장에선 전 사이즈가 동나거나 공식 홈페이지에서 품절되는 열풍이 불었다. 현재도 반려견 옷의 경우 일부 사이즈가 품절되는 등 꾸준히 수요가 늘고있다는 것이 명품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에르메스에서 가장 비싼 제품은 반려견 이동 가방이다. 큰 사이즈는 430만원, 작은 사이즈는 360만원에 달한다. 밥을 담을 수 있는 볼의 경우 큰 것은 212만원, 작은 것은 196만원이다. 루이비통은 고유의 모노그램이 새겨진 '도그 캐리어'가 연예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등장하며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기도 했다. 가격은 467만원으로 일 년 전보다 30여만원이나 비싸졌다.
구찌는 명품 브랜드 가운데 반려견을 위한 제품 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리드 줄(55만원)부터, 펫 침대(120만원). 펫 코트(133만원). 옷(36~133만원), 태그(30만원) 등이 판매되고 있다. 명품 주얼리 티파니앤코에선 볼을 25만5000원에, 강아지 산책한 줄을 69만원에 책정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명품 혹은 비싼 반려 용품을 찾는 것은 반려인의 자기만족 때문”이라며 “반려동물을 키울 때는 상호작용이 중요한데, 이때 밖에서나 사진을 통해 다른 사람의 눈에 이러한 모습이 어떻게 비치는 지를 따지게 되면서 비싼 제품을 찾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다만 이러한 소비 행태를 일반적인 것으로 보면 안 된다”며 “경기가 불확실해지면서 양극화는 더 또렷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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