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가 미래 이동수단의 핵심으로 꼽히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 반도체를 쓰기로 하면서 양사간 협력이 전방위적으로 늘어나는 모양새다. 자동차를 포함한 이동수단에 첨단 기술력을 접목하는 게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기업 간 협력은 꼭 필요한 수순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9일(현지시간) 현대차·기아 SDV본부를 이끄는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와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장은 CES 2024 삼성전자 부스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에 따라 현대차는 내년까지 삼성전자가 개발하는 차량용 반도체를 활용해 SDV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당장 이번 CES 행사 기간 플랫폼 콘셉트를 선보이고 내년까지 함께 마케팅하고 생태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합의했다.
삼성이 개발하는 전장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는 중앙처리장치와 그래픽처리장치 등을 탑재한 차량 반도체 가운데 하나다. 운전자가 실시간 운행정보를 접하고 고화질 지도, 영상 스트리밍 기능을 개발하는 데 쓰인다.
송 대표는 "삼성전자와 협력해 사용자가 복잡한 기술을 몰라도 물 흐르듯 연결되고 확장되는 새로운 서비스로 이어지며 안전하고 즐거운 이동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인 사장은 "두 회사 간 협력은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고객은 최고의 차량용 정보 오락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표 제조기업 간 협력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이달 초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현대차·기아의 커넥티드카 서비스로 확장하는 업무제휴를 맺었다.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집에 있는 가전기기를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반대로 가정 내 가전제품으로 차량 제어도 가능해진다. 무선업데이트(OTA) 등 커넥티드 서비스 역시 미래 이동수단 기술에서 중요한 분야로 꼽힌다.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 겸 현대차?기아SDV본부 사장(사진 오른쪽)과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장이 AI 기반 SDV 플랫폼 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사진제공:포티투닷]
원본보기 아이콘지난해 10월에는 삼성SDI 배터리를 현대차에 공급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2026년부터 7년간 현대차가 유럽에서 팔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를 삼성에서 공급받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그간 전기차 핵심부품으로 꼽히는 배터리를 LG와 SK로부터 공급받았다. 중국 CATL 배터리도 일부 차에 쓴다. 삼성은 BMW, 스텔란티스, 폭스바겐 등에 배터리를 납품했는데 이번에 현대차까지 고객사로 두게 됐다. 그에 앞서 삼성디스플레이가 현대 전기차에 들어가는 차량용 OLED를 공급하면서 삼성·현대차 간 협력의 물꼬를 텄다.
삼성과 현대차 간 협업은 최근 들어서야 활발해졌다. 과거 삼성이 완성차 사업을 했던 터라 직접 교류할 일이 없었고 소원한 관계가 지속됐다. 최근 차량 내 전기·전자장치 비중이 높아진 데다 소프트웨어도 중요해진 만큼 두 회사 간 협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미래 이동수단 주도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와 완성차 업체 간 합종연횡이 과거 어느 때보다 빈번해졌다. 커넥티드 서비스,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저마다 가진 경쟁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동차 사업은 다양한 부품이 쓰여 과거부터 제조업의 꽃이라 불렸다. 최근 들어서는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까지 중요해지면서 각종 부품을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 개발 단계에서부터 긴밀히 협업할 필요성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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