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를 강타한 강진으로 지역 일대를 거점으로 삼고 있던 도시바 등 주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공장들이 일제히 가동을 멈췄다. 매출 피해액만 우리나라 돈으로 1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생산 차질이 우리나라 기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0일 일본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조사기관 제국데이터뱅크의 수치를 인용, 이번 노토반도 강진으로 이시카와현 등이 속한 노토반도의 매출 손실은 1조3018억엔(11조9037억원)에 달할 것이라 보도했다.
특히 이 지역은 전자부품이나 기계제조업체들이 모이는 곳으로 유명해 일본 언론들은 공급망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노토반도에는 도시바, 무라타제작소, 도요타 등 대기업 주요 공장이 있다. 이번 강진으로 도시바의 자회사 카가 도시바 일렉트로닉스는 클린룸 배기 배관 등이 손상돼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이곳은 전기차(EV)나 철도 등에 사용하는 파워 반도체를 생산하는 업체다.
스마트폰, 컴퓨터 등 소형 전자기기 필수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생산하는 무라타제작소도 지진 피해를 봤다. 이시카와, 도야마, 후쿠이현 등 노토반도에만 총 13개의 공장을 둔 무라타제작소는 MLCC 세계 1위 기업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 대기업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기가 MLCC 시장 세계 2위 기업이다. 삼성전기는 이번 사태로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반도체 제조 장비의 개발과 생산을 담당하는 고쿠사이일렉트로닉도 도야마 공장 천장이나 벽에 금이 가는 등의 피해로 지진 이후 가동을 중단했다.
이 밖에도 차량 탑재용 액정 패널을 생산하는 재팬 디스플레이, 자동차나 항공기 부품을 생산하는 썬텍, 파나소닉 홀딩스, 샤프, 일본제철 노토반도 공장이 지진 피해 영향권에 들어있다.
이 기업들은 대부분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에 부품이나 장비를 수출하고 있어, 향후 우리나라에 부품 수급 등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제국데이터뱅크는 "부품 공급의 정체나 지연은 향후 점차 가시화될 것"이라며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등 전 세계 공급망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단 무라타 제작소와 도요타, 재팬디스플레이는 이날부로, 도시바는 10일부로 라인 가동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순차적으로 복구에 들어갔지만, 타격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시점은 예측하기 어렵다. 무라타 제작소의 이시카와현 나나오시 공장의 경우 현재 일부 종업원의 생사 파악조차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기업들은 그룹 내 다른 공장으로 생산을 이관하는 등 긴급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한편 제조업뿐만 아니라 관광업의 피해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니가타현 등 겨울 관광지로 유명한 지역의 료칸이 건물 파손 등 지진 피해로 대부분 영업 중지를 선언하면서, 당분간 관광 특수는 누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간 싱크탱크인 호쿠리쿠경제연구소 후지사와 카즈히로 조사연구 담당부장은 "피해의 정확한 규모는 아직 완전히 집계되지 않았으나, 제조업과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입어 2025년까지는 노토반도를 포함한 호쿠리쿠 지역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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