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임기를 5개월여 앞두고 국회에 입성한 김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9일 미투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의 눈물을 기억하고, 보호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미투 운동 이후 우리 사회가 달라졌는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태도와 보호 등에서 변화된 부분이 있는지 되물었다.
허은아 전 의원의 국민의힘 당적 이탈로 비례대표 의원을 승계하게 된 김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취임 선서와 인사말을 했다. 김 의원은 과거 선수 생활 시절 성폭행 피해 사실을 알린 체육계 미투 1호로, 지난 총선에서는 자유한국당 청년 인재로 영입된 바 있다.
취임 선서 후 인사말을 통해 김 의원은 본인이 국회의원이 된 소회 등을 밝히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국회의원으로서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것은 체육계 미투뿐 아니라 사회 여러 곳에서 분출된 미투 운동에 따른 국민 여러분의 분노와 동료 시민으로서의 미안함 때문이었다"면서 "아프다고, 살고 싶다고 소리쳤고 국민 여러분께서는 제 목소리를 들어주시고 함께 분노해 주셨다"고 기억했다.
김 의원은 미투 운동 덕에 본인이 살아갈 수 있었다는 점도 소개했다. "땅에 떨어진 채 사라질 씨앗"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 의원은 "홀로 힘겹게 싸우고 있을 때 옆에 서주셨던 분들 덕분에 싹을 틔울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평범한 일상이라는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다만 미투 이후 우리 사회의 모습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되물었다. 그는 "5년 전 미투 운동 이후 우리 사회에 무엇이 달라졌냐"면서 "미투 운동 당시 국민 여러분의 분노는 엄청났지만 일부 가해자의 처벌 이외에 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을 어떤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었는지, 사회적 약자의 보호와 존중이라는 사회적 인식의 근본적 전환이 있었냐"라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남은 임기 동안 제가 의미 있는 의정 활동을 하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다"면서도 "비례대표 국회의원직 승계가 최소한 지난 미투 운동이 촉발한 사회적 분노를 다시 기억하고 우리 사회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는지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그는 "몇 개월도 남지 않은 국회의원이 왜 되려고 하는지를 다시 묻는다"며 "저의 국회의원직 승계가 그래도 잠시나마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의 아픔에 함께 분노한 적이 있음을, 우리의 목소리가 외면받지 않은 적이 있음을, 지금도 고통받고 있는 사회적 폭력의 피해자들께서 기억하시고 지속적으로 소리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사회적 폭력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이 자리(본회의 연단)에 선 만큼 우리를 대신해 우리의 자신과 국가와 국민 여러분께 무엇인가를 요구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면서 "사회적 폭력의 희생자들과 피해자의 고통을 알아달라고, 이웃들과 함께 우리 이웃들처럼 살고 싶다고, 우리를 보호해 달라고 국가와 국민께 목소리를 높여달라고 요구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 이웃들과 함께 우리 이웃들처럼 살고 싶다고, 우리를 보호해 달라고 국가와 국민 여러분께 목소리 높여 요구한다"면서 "국가와 국민께도 우리들의 요구에 익숙해지지 말 것을 요구한다. 불편함을 느끼고 외람되지만 죄책감을 느낄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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