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인구 1500만명 시대를 맞아 펫 관련용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펫+패밀리)’이 늘어나면서 관련 식음료, 호텔, 여행 등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영향이다. 유통가에서 이런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고 펫산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든 곳은 신세계그룹이다. 이마트부터 스타필드, 스타벅스, 레스케이프 호텔까지 주력 계열사들을 ‘펫 프렌들리’한 브랜드로 거듭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커피업계 1위인 스타벅스는 최근 경기도 구리시에 첫 반려견 동반 취식 매장 ‘구리갈매DT점’을 열었다. 이전에도 반려견 운동장을 갖춘 펫 프렌들리 매장은 있었지만, 실내 공간까지 반려견·반려묘가 함께 들어갈 수 있는 매장은 이곳이 국내 최초다. 스타벅스는 그동안 식품위생법상 식당과 카페 등에서 반려동물과 동반 취식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반려견 동반 매장을 열지 못했다. 일부 개인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반려견 동반 카페나 식당은 현행법에 대한 정확한 인지 없이 불법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타벅스는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부여받아 2026년 1월 4일까지 2년간 규제를 유예받았다. 앞으로 고객들의 반응을 살펴보면서 기존 펫 프렌들리 매장인 ‘더북한강R점’과 경기도 양평, 남양주 등 다른 지역으로도 반려견 동반 매장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필드는 반려견 동반쇼핑이 가능한 쇼핑테마파크로 유명하다. 2016년부터 경기 하남점을 통해 펫 프렌들리 정책을 펼친 스타필드는 각 지점에 반려동물을 위한 놀이 시설과 레스토랑을 도입하고 있다. 또 몰 곳곳에 반려동물을 위한 배변봉투 시설과 유모차 대여 서비스, ‘펫 라운지’를 마련해 주말마다 전국의 반려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이마트의 경우 일부 지점의 마트 계산대 밖에 애견 놀이터가 있어서 반려동물을 유료로 맡긴 뒤 장을 볼 수도 있다. 또 시각장애인 안내견이라면 모든 점포에 출입할 수 있게 돼 있다. 신세계조선호텔의 레스케이프 호텔의 경우 9층 전체가 펫 전용 플로어고, 반려동물과 동반 투숙할 수 있는 객실과 같이 식사할 수 있는 펫 존도 있다. 펫 전용 유모차 서비스도 마련돼 있다.
신세계그룹의 펫 프렌들리 행보는 동물애호가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재계 대표적인 애견인으로 꼽히는 정 부회장은 평소에도 반려견과의 일상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하며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다. 2010년에는 자신의 반려견 이름인 ‘몰리’를 넣어 반려동물용품 전문 매장인 ‘몰리스펫샵’을 열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인구는 602만 가구로 전체의 25.4%에 달했다. 4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이다. 같은 해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8조원 규모에 달했으며 2027년이면 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만큼 관련 시장이 앞으로 더욱 세분화하고 다양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반려동물을 내 자식, 손주·손녀와 같은 소중한 존재로 여긴다”면서 “반려동물이 먹고 마시는 사료나 간식, 갖고 노는 장난감, 타고 다니는 '개모차' 등 관련 상품들의 매출도 함께 늘고 있기 때문에 유통업체들이 고객들을 사로잡을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더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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