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6~7명 중 1명은 저체중 상태이며, 정상체중이나 저체중인 경우도 절반 가까이는 체중감량을 시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 비만 유병률이 늘고 있지만 정작 체중을 줄이려고 시도하는 비율은 줄어 대조적이었다.
8일 질병관리청은 '우리나라 성인의 체질량지수 분류에 따른 체중감소 시도율 및 관련 요인' 논문을 발표했다. 해당 자료를 들여다보면, 2013~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2021년 19~29세 여성의 15.1%가 체질량지수 18.5 미만인 저체중 상태였다. 이 연령대 여성 6~7명 중 1명은 체중이 정상치에 못 미친 셈이다. 2019~2021년 기준 저체중 비중은 14.8%로 2016~2018년 12.4%보다 2.4%포인트 올랐다.
이렇게 저체중인데도 체중감량을 시도한 경우는 16.2%나 됐고, 정상체중(체질량지수 18.5~23·전체의 55.8%)이더라도 53.9%가 체중을 줄이려는 다이어트를 시도했다. 두 경우를 합하면 저체중이거나 정상체중인데 체중감량을 시도한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46.0%나 됐다.
논문은 "마른 체형을 선호하며 무분별한 체중조절을 유도하는 사회문화적 분위기로 젊은 여성이 자신의 체형을 과대 인식하는 비율이 높다"며 "저체중이거나 정상체중인 사람이 반복적인 다이어트를 하면 심혈관계에 악영향을 주고 영양불량, 빈혈, 골다공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임신 전 저체중은 반복성 유산 등 부정적 임신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체 연령대를 기준으로 비만자(체질량지수 25 이상)의 체중감량 시도율은 2019~2021년 남성 54.6%, 여성 62.9%를 기록했다. 비만자 중 스스로를 비만이라고 인식하는 주관적 비만 인지율이 남성과 여성에서 각각 84.6%, 94.7%나 됐는데도,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람은 그보다 적은 셈이다.
특히 30대와 40대 남성은 비만 유병률이 2013~2015년 44.9%와 42.2%에서 52.0%, 51.1%로 각각 크게 늘었지만, 비만자의 체중감량 시도율은 30대는 57.5%에서 56.9%로 조금 줄었고 40대는 61.9%에서 54.7%로 눈에 띄게 하락했다.
정상체중~비만인 경우 체중감량 시도율은 남녀 모두에게서 연령이 낮을수록, 미혼일 때,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주관적 비만으로 인지하는 경우, 유산소 신체활동 실천을 할수록 높았다.
남성은 비흡연자일 때, 여성은 비만에 대해 스트레스를 인지하는 경우나 만성질환을 동반하지 않은 때, 고위험 음주자인 경우 감량 시도를 하는 경향이 있었다.
논문은 "남성에게서 비만 유병률이 증가하는데도 남성 비만인의 체중감소 시도는 줄었고, 반면 젊은 여성 사이에서는 저체중인데도 체중감소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가임기 여성을 불필요한 다이어트로 유도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지속되지 않도록 건강한 체형 인식에 대해 교육하고 대중매체를 통해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1020 여성들 사이에서 앙상하고 마른 몸을 만들고 싶어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주로 단식, 물만 마시는 단식, 먹토(먹고 토하기), 씹뱉(씹고 뱉기)) 등 극단적 절식을 통해 체중을 감량한다. '프로아나(찬성+거식증)', '뼈말라' 등의 신조어까지 생겨나고 있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옛 트위터)에서 '뼈말라' 등 다이어트와 관련된 키워드를 검색하면 살이 안 찌는 연예인을 두고 "태생부터 '개말라 인간'이라 갓생산다"며 부러움을 표하는 글이 수십 개 넘게 쏟아져 나온다. 이들은 극단적 절식을 함께 할 사람을 모집하기도 한다. 서로의 계정을 팔로우해 식단 조절하는 법부터 체중 감량 의지를 자극하는 사진 및 문구 등을 공유한다. 절식으로 인한 건강 이상을 염려하는 주변인의 식사 권유를 '먹임'이라 부르며 '먹임당하지 않는 법', '먹임 피하는 법' 등의 노하우를 가르쳐주기도 한다.
마른 몸에 집착하는 강박관념은 거식증·폭식증 등 섭식장애로 이어지기 쉽다. 체중이 조금이라도 늘면 불안감, 자괴감 등을 느끼며 극단적인 방법을 취하기 때문이다.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이 외모지상주의, 마른 몸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와 미디어 등에 휘둘리며 과도한 다이어트를 할 경우 성장, 발육에 해롭다. 극단적인 식이 제한은 빈혈, 탈모, 감염성 질환에 취약하며 특히 뇌 성장이 진행되는 청소년기에는 강박장애, 우울증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전문가는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성장과정을 주목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 교수는 "성장과정에서 주양육자 혹은 미디어로부터 외모, 몸매를 관리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지속적으로 받으면 이를 내면화하게 된다"며 "미디어에서 선호하는 외형, 몸매를 내면에 각인하면서 점점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신경쓰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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