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굽던 제과점 안에 들어가니…"갓 구운 드론 냄새가"

전쟁 핵심 드론 생산 총력
민간 사업체까지 끌어들여

러시아 정부가 국내 '드론 생산' 장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네 제과점 생산라인에서 갓 구운 빵 대신 드론을 조립하는 풍경까지 나오고 있다.


영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남쪽 약 400㎞ 떨어진 '탐보프 제과점' 내 빵 공장을 집중 조명했다. 이 공장은 과거 빵을 굽는 평범한 제과 공장이었으나, 최근에는 드론 생산라인이 설치됐다. FT는 "이 빵 공장은 전쟁이 러시아 경제를 지배하면서 민간 산업체까지 무기 생산에 참여시키려는 크렘린궁의 추진력을 보여주는 아이콘이 됐다"라고 평했다.

빵과 함께 컨베이어 벨트에서 나오는 러시아 드론들 [이미지출처=러시아1 캡처]

빵과 함께 컨베이어 벨트에서 나오는 러시아 드론들 [이미지출처=러시아1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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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보프 제과점은 러시아군의 긴급 요청에 따라 지난해 2월부터 '베카스'라는 소형 드론을 제작하고 있다. 이 드론은 무게 3.5㎏, 시속 65㎞로 비행하고 15분간 작동할 수 있다. 중국산 3D 프린터를 활용해 제작하며, 단가는 250~500달러(약 33~66만원) 수준이다. 탐보프 제과점 안에 설치된 생산라인에선 매달 약 250대의 베카스 드론이 만들어진다.


러시아 매체들도 빵집 내부 생산 라인을 상세히 조명한 바 있다. 러시아 국영 방송 '러시아1'은 지난해 10월 빵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에서 빵과 함께 지나가는 드론 영상을 촬영한 바 있다. 당시 해당 방송 기자는 "이 드론에서는 갓 구운 빵 냄새가 난다"라고 전했다.


2년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벌어진 전쟁이 2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양측에서 드론은 '가성비' 좋은 무기로 떠올랐다. 포탄이나 로켓, 미사일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소형 드론은 격추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드론을 군사 및 민간 분야에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드론 생산을 국책 사업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지난 6일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제1부총리는 현지 매체에 "오는 2030년까지 매년 3만2500대의 드론을 생산하기 위해 6960억루블(약 1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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