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경찰 보디캠

흉악범죄 등 필요성 증가에도
예산·절차 등 이유 도입 지연
"자비로 장비 마련 어이없어"

흉악범죄, 악성 민원 등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현장 경찰관 사이에서는 보디캠(이동형 영상정보처리 기기) 사용이 필수가 됐다. 그러나 정식 장비 도입이 늦어지고, 사제 장비 관리 규정만 생겨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찰관 보호 및 공권력 남용 방지를 위해 보디캠 정식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3일 경찰청 관계자는 “내부 의견을 수렴해 보디캠 도입을 위한 예산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규모 및 일정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2015년 11월부터 2021년 8월까지 경찰관 몸에 부착하는 '웨어러블 폴리스 캠' 100대를 시범 운영했다. 당시 경찰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당한 법 집행을 위해 보디캠을 사용할 것'이라는 응답이 73%에 달했다. 그러나 법적 근거 미비와 내용연수(사용에 감당할 수 있는 기간) 등을 이유로 현재는 전량 폐기됐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모습.[사진=아시아경제DB]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모습.[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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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경찰관들이 사용하는 보디캠은 모두 자비로 마련한 것이다. 서울의 한 지구대에 근무하는 경사 A씨는 “20만원대 보디캠을 구매했다”며 “개인적으로 장비에 돈을 들여야 하는 현실이 어이없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B 경사도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자기방어용으로 차고 다닌다”며 “정식 장비로 도입이 어려우면 지원금이라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개정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에 따라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 규정이 신설되면서 사용 요건, 고지의무 등이 명시됐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경찰관이 사적으로 구입한 보디캠을 자율적으로 썼지만, 이제는 지구대·파출소 차원에서 관리하도록 바뀌었다.

국회에서는 법률상 경찰장비에 ‘경찰 착용 기록장치’를 추가하는 법안이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에는 사용 요건, 사용 시 고지 방법, 영상 관립방법, 정보 관리체계 구축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선진국에서는 경찰관 보디캠 도입이 이뤄진 지 오래다. 공정한 영상증거 촬영 시 경찰과 시민 모두 이성적으로 판단하게 되고, 공무집행방해와 직권남용이 감소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은 2016년 8월부터 주요 도시에 경찰의 과잉대응을 막기 위해, 독일에서는 경찰관의 보호를 목적으로 보디캠을 도입했다.


전문가들은 보디캠의 정식 장비 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보디캠 도입이 민원인을 보호하고, 범인 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영상의 보관 및 관리만 똑바로 이뤄지면 된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이 공권력을 법 규정에 맞게 사용하고, 그만큼 자신이 있으면 도입하는 것이 맞다. 당연히 공권력에 부당하게 도전하는 사람도 없어질 것”이라면서 “정식 도입의 효과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경찰관의 보호 수단이자 직권남용의 증거 역시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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