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세상을 바꿔왔다. "왜 사과는 수직으로 떨어지는 거지?(아이작 뉴턴)" "왜 딸은 상속자가 될 수 없나요?(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이 많은 생물 모두를 신이 창조했다고요?(찰스 다윈)" "전기를 무선으로 통하게 할 순 없을까요?(니콜라 테슬라)" "인간은 하늘을 날 수 없을까요?(라이트 형제)" "기계는 생각할 수 있는가?(앨런 튜링)" "어떻게 사용자경험(UX)을 혁신할 수 있을까?(스티브 잡스)".
문제 해결에 딱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55분을 제대로 된 질문을 찾는 데 쓰겠다"고 한 사람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다. 질문만 제대로 한다면 답을 내기엔 5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질문을 잘못했을 경우에 겪는 수난은 영화 ‘올드보이’에서 드러난다. 주인공 오대수(최민식)는 영문도 모른 채 납치돼 사설감옥에 갇힌다. ‘왜 나는 갇히게 됐나’라는 질문 속에서 15년을 보낸다. 답을 얻지 못한 채 오대수는 돌연 풀려난다. 그는 즉각 자신의 일생과 가정을 파괴한 범인을 찾아나선다. 마침내 범인, 이유진(유지태)과 마주한다. 그러나 이내 절망에 빠진다. "자꾸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왜 이유진은 오대수를 가뒀을까’가 아니라 ‘왜 풀어줬을까’란 말이야!"
답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은 제대로 된 질문이다. 질문의 힘은 인공지능(AI)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과 함께 더욱 커졌다. 인간은 AI를 만들었고, AI는 ‘호모 프롬프트(Homo Prompt)’를 낳았다. 프롬프트는 인간이 AI에 던지는 질문을 뜻한다. 챗GPT 등 생성형 AI가 내놓는 결과값은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즉 호모 프롬프트란 AI를 통한 결과값 창출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뜻한다. 필요한 해답을 더 빨리, 더 정확하게 찾아내는 능력을 갖춘 사람인 셈이다.
호모 프롬프트의 등장은 우려도 낳고 있다. 단순반복성 노동 수요가 감소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사회·국가적 AI 역량에 따라 양극화가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고소득 전문직도 안심할 수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발간한 ‘AI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에서 의사·회계사·변호사 등 고학력·고소득 근로자일수록 AI에 더 많이 노출돼 있어 대체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호모 프롬프트가 드리우는 한편의 그늘을 두려워할 것만은 아니다. 프롬프트의 중요성은 역설적으로 ‘질문의 힘’을 깨우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 보고서에서 AI에 의한 대체 가능성이 낮은 직업으로 대학교수, 종교 관련 종사자, 경호원 등이 꼽혔는데 그중 ‘기자’도 눈에 띈다.
‘AI로 대체되길 바라는 직업’을 꼽는 설문조사가 있다면 기자가 수위권에 오를 것이라 확신하는 요즘이다. 그런데도 기자가 대체될 가능성이 낮은 직업으로 꼽힌 배경은 바로 그 직업적 특성 때문이다. 현장을 찾아가 눈과 귀로 보고 듣고 기록하고, 사람과 만나며 관계형성을 통해 정보를 취합하고 재구조화하는 작업은 AI가 해낼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 모든 작업을 관통하고 있는 행위는 바로 ‘질문’이다. 그건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를 끊임없이 물고 늘어지는 일이다. 질문은 세상을 바꿔왔고, 올해는 더 많이 바꿀 것이다. 질문하는 인간은 결코 대체될 수 없다.
김동표 콘텐츠편집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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