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을 밝히지 않은 한 여성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다며 현금 9900만원을 충남 천안시 청룡동 행정복지센터에 기부했다. 이 여성은 지난해에도 같은 곳에 동일 금액을 전달했다.
29일 오전 10시께 한 익명의 기부자가 청룡동 행정복지센터 1층 민원실을 찾아 맞춤형복지센터에 전달해 달라며 현금이 담긴 가방을 놓고 갔다. 가방 안에는 '이웃돕기 성금'이라고 쓴 쪽지와 함께 5만원권 19개 다발(9500만원), 1만원권 100장 묶음의 4개 다발(400만원) 등 총 9900만원이 들어 있었다.
이 기부자는 지난해에도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고 싶다'며 9900만원이 담긴 가방을 청룡동에 전달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같은 직원이 기부금을 받으면서 이 기부자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부자는 신원 밝히기를 거부하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는 말만 남긴 채 돌아섰다고 해당 직원은 전했다.
청룡동은 이 기부금을 기초생활수급자가 원하는 물품을 제공하는 '드림청룡단과 요술램프', 매달 취약계층에 생필품을 전달하며 생활실태를 모니터링하는 '우리동네 우렁각시 찾아가는 모니터링', 취약계층에 식재료와 요리법을 전하는 '신선그린푸드 건강지원 사업'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한편 연말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해마다 기부를 하는 '얼굴 없는 천사'들의 선행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6일 전북 완주군 용진읍 행정복지센터 정문 앞에 누군가 10㎏짜리 백미 60포대와 손편지를 놓고 갔다. 이 편지에는 '아직도 복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어두운 곳이 있다. 없는 자들도 동행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우리 용진읍이 됐으면 하는 아주 작은 소망을 몇 개 놓고 갑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 익명의 기부자는 2008년부터 16년째 쌀 기부를 계속하고 있는 인물로, 그가 지금까지 기부한 쌀은 총 9600㎏에 이른다. 용진읍 행정복지센터는 기부자의 뜻대로 이 쌀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또 지난 19일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모금회')에도 신원을 밝히지 않은 한 시민이 사무국 앞에 성금을 놓고 간 일이 있었다. 그는 사무국 모금사업팀장 전화로 발신자 번호 표시 제한 전화를 걸어 "사무국 앞에 성금을 두고 간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직원이 통화에서 말한 장소로 가보니 그곳에는 현금 5925만6320원과 손편지가 담긴 상자가 있었다.
손편지에는 "전쟁과 보릿고개를 겪으며 가난과 희생으로 현재 풍요함의 밑거름이 된 어르신들께 감사드린다"며 "1년간 모은 적금이 영세한 무료 급식소에 보조비로 사용돼 지역사회 어르신들의 배고픔과 고독사가 없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모금회 직원들은 돈을 놓고 간 다음 발신번호표시제한 전화로 연락을 해온 점과 손편지 필체로 미뤄 볼 때 그동안 여러 차례 고액 기부를 한 익명 기부자와 동일인인 것으로 판단했다.
이 익명 기부자는 2017년 이웃돕기 성금으로 2억5900만원을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이태원 참사, 우크라이나 전쟁, 튀르키예 지진, 집중 호우 피해 등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거액을 전달해 왔다. 그는 지금까지 약 6억1200만원을 기부해 모금회에서 '익명의 기부 산타'로 통한다. 모금회는 이 기부자의 바람대로 영세한 무료 급식소에 성금을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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