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후기 동종을 대표하는 '부안 내소사 동종'이 국보로 승격됐다. 문화재청은 적극 행정의 자세로 해당 지방자치단체, 관리자 등과 협조해 체계적인 보존·활용을 꾀하겠다고 26일 전했다.
통일신라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고려의 특징을 보이는 작품이다. 종을 만든 내력이 적힌 주종기에 따르면 1222년 도인 허백과 종익의 주관 아래 장인 한중서가 700근의 무게로 제작했다. 본래 청림사에 봉안됐으나 1850년 내소사로 옮겨졌다. 이 내용을 적은 이안기는 몸체에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내소사 동종은 1963년부터 보물로 관리됐다. 고려 후기 동종의 본보기로 여겨져서다. 문화재청 측은 "공중을 비행하는 듯 연출된 역동적 용뉴(용 모양의 걸이), 올림 연꽃 문양으로 입체적으로 장식된 어깨 부분, 천인상 대신 삼존상을 부조로 배치한 몸체, 섬세한 꽃잎으로 표현된 당좌 네 개, 균형 잡힌 비례와 아름다운 곡률 등 뛰어난 장식성과 조형성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제작자인 한중서는 13세기 전반부터 중엽까지 활동한 장인이다. 민간 기술자인 사장(私匠)으로 실력을 인정받아 관청 소속 관장(官匠)이 됐다. 대표작으로 내소사 동종을 비롯해 고령사 청동북(1213), 복천사 청동북(1238), 신룡사명 소종(1238), 옥천사 청동북(1252) 등이 꼽힌다.
그중에서도 내소사 동종은 학술 가치가 가장 높다고 평가된다. 문화재청 측은 "양식·의장·주조 등이 한국 범종사와 제작 기술·기법 연구에 매우 중요하고, 봉안처·발원자·제작자 등 내력이 주종기 등에 정확히 명시돼 국보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문화재청은 이날 '경주 금령총 출토 금제 허리띠'와 '경주 서봉총 출토 금제 허리띠', '청자 음각앵무문 정병', '복재선생집', '안동 선찰사 목조석가여래좌상 및 복장유물' 등 다섯 건을 보물로 지정했다.
경주 금령총 출토 금제 허리띠는 조선총독부박물관이 1924년 신라 고분인 금령총에서 출토한 유물이다. 금령총은 무덤 내부에 직사각형 구덩이를 파고 덧널을 설치한 돌무지덧널무덤. 발굴 당시 금관(보물), 도기 기마인물형 명기(국보), 금령 등 의미 있는 유물이 대거 출토됐다. 그중 하나인 금제 허리띠는 매장자 허리에 착용된 상태로 발견됐다. 본래 가죽·천과 연결됐으나 지금은 금제 장식만 남았다.
허리띠는 띠고리, 띠꾸미개, 띠끝꾸미개, 드리개로 구성됐다. 드리개는 다른 신라 고분에서 나온 것보다 길이가 짧다. 고분 주인이 미성년임을 추론케 한다. 문화재청 측은 "금실이 감긴 연필형(원뿔형) 드리개, 곡옥 모자 부분에 난집을 두르고 유리를 채워 넣어 장식한 방법 등은 다른 허리띠에서 확인되지 않는 독특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경주 서봉총 출토 금제 허리띠는 조선총독부박물관이 1926년 신라 고분인 서봉총에서 출토한 유물이다. 서봉총 역시 돌무지덧널무덤이다. 발굴 당시 금관(보물), 금제 귀걸이, '연수원년신묘(延壽元年辛卯)' 기록이 있는 은제 합 등 다수 유물이 출토됐다. 그중 하나인 허리띠에는 신라 금제 허리띠의 전개 과정이 잘 반영됐다. 가장 큰 특징은 띠꾸미개 중심 문양. 가장 오래됐다고 알려진 황남대총 남분 출토 금제 허리띠 뒤 좌우 대칭의 세 잎 무늬를 유지했는데 이 허리띠에선 뾰족한 형태다. 금관총 출토 금제 허리띠(국보)의 띠꾸미개와 더불어 가장 화려한 장식성을 보여준다.
예술적 가치는 드리개 장식에서도 돋보인다. 다른 신라 고분에서 출토한 허리띠에서는 유리·옥 등이 혼용돼 있다. 서봉총 출토 금제 허리띠는 대부분 금제로 이뤄졌다. 신라 고분에서 출토한 금제 허리띠 가운데 길이도 가장 길다. 문화재청 측은 "띠꾸미개 내부 문양, 드리개 장식 기법 등으로 미루어 보아 황남대총 남분 허리띠와 가장 마지막으로 만들어진 금령총 허리띠 사이에 위치한다"며 "당시 제작 기술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청자 음각앵무문 정병은 12세기 무렵 청자로 제작된 정병(부처 앞에 깨끗한 물을 담아 바치는 불교 공양구)이다. 볼록한 배 모양의 몸체 옆에 물을 담는 주구가 있다. 위로는 물을 따르는 첨대가 있다. 보수된 부분 없이 우수한 보존 상태를 자랑한다. 현존하는 다른 정병보다 첨대는 짧다. 하지만 양감이 풍만하고 유색·유면 상태가 좋아 학술 가치가 높다. 문양도 희소 사례에 해당한다. 몸체 세 곳에 날개를 활짝 편 앵무새가 음각으로 표현돼 있다. 문화재청 측은 "고려청자에서 앵무새 문양은 주로 발과 접시류에 담겼다. 정병에 들어간 경우는 드물다"고 부연했다.
복재선생집은 조선 개국공신인 복재 정총(1358~1397)의 유고 시문집이다. 아들 정효충이 수집·편차하고, 손자 정옥경이 편집했다. 목판은 수양양도호부사 황보양의 감독으로 완성됐다. 상권에는 시 172수, 하권에는 글 마흔다섯 편이 수록됐다. 정도전 등과 함께 수찬한 '고려사' 의서, 정몽주의 공로를 치하하는 교서 '교문하찬성사정몽주서' 등이다. 문화재청 측은 "'고려사', '고려사절요', '태조실록' 등 관찬 사서를 보완하는 내용이 수록돼 여말선초 역사·정치적 사실을 파악하고 정총의 문학 성격과 인적 연계망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간행 업무를 담당한 인물들의 역할, 성명 등도 파악할 수 있어 조선 전기 출판·인쇄문화의 실체와 조직체계 연구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안동 선찰사 목조석가여래좌상 및 복장유물은 현진, 응원, 수연, 성인, 인균 등 당대 최고 조각승들이 1622년 조성한 불상과 복장유물이다. 불상은 독존의 석가여래다. 머리가 크고 무릎이 좁다. 체구가 다부지고 이목구비에서 진중함이 돋보이나 뺨에 살이 통통하게 올라 전반적으로 귀여운 인상이다. 발원문에 따르면 불상은 광해군 정비인 장열왕비가 발원했다. 왕실의 비빈이 출가하던 자수사·인수사에 봉안하기 위해 만들었다. 유래는 복장에서 발견된 '병자생왕비유씨명의(丙子生王妃柳氏命衣)'라는 묵서가 적힌 장열왕비 저고리에서도 확인된다. 문화재청 측은 "왕비의 개인적 발원으로 제작됐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17세기 조선 왕실 복식이 완전한 형태로 발견됐다는 점에서 한국 복식사 연구에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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