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UN)이 '음력설(Lunar New Year)'을 공휴일로 공식 지정했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보도에 따르면 지난 22일(현지시간) 열린 제78차 유엔 총회 회의에서 '음력설'을 '유동적 휴일(floating holiday)'로 지정하는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이는 음력설이 전 세계 유엔 직원들이 연중 기념할 수 있는 8번째 선택 휴일이 됐다는 의미다.
앞서 유엔은 유대 명절 욤 키푸르(Yom Kippur), 석가탄신일, 힌두교 명절 디왈리(Diwali), 시크교 축일 구르푸랍(Gurpurab), 정교회 성탄절(Orthodox Christmas), 정교회 성금요일(Orthodox Good Friday), 페르시아 새해 명절 누루즈'(Nowruz)를 '유동 휴일'로 정했다.
유엔 규정에 의하면 직원들은 연중 9개의 고정 휴일과 유동 휴일을 가질 수 있다. 이 기간에 유엔 기구들은 회의 개최를 자제하기 때문에 앞으로 음력설에도 공식 회의가 열리지 않는다.
유엔은 중국어로 게시한 성명에서 "음력설의 유엔 휴일 지정 여부는 오랜 기간 우리 중국 직원들의 관심사였다"며 "일부 중국 직원들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지지를 얻고자 '중국설(Chinese New Year)' 대신 '음력설'이라는 명칭 사용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음력설은 한국, 중국뿐 아니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전통 명절로 기념하고 있다.
다이빙 주유엔 중국 부대사는 중국 주유엔 대표부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결정은 중국 문화의 영향력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춘제(春節·음력설의 중국식 명칭)는 전통 명절로 가족이 모이고 새해를 맞이하는 날인 동시에 평화와 화합 등 중화문명 이념을 이어 가족의 화합, 사회적 포용, 사람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생 등 인류의 보편 가치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국가와 지역이 이미 음력설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했으며,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다양한 형태로 춘제를 맞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4일 자 신문 1면에 '세계로 향하는 춘제, 춘제를 품는 세계'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매체는 해당 기사에서 "오늘날 중국 문화의 영향력과 전파력이 날이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며 "춘제가 끊임없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세계는 춘제를 뜨겁게 품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유엔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발행한 설 기념 우표에 '중국 음력(Chinese Lunar Calendar)'이라는 표현을 써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한국 문화 지킴이'로 활동 중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유엔 외에도 나이키와 애플이 온라인 계정에서 음력설을 '중국설'로 표현한 데 대해 문제 제기하며 시정을 촉구했다.
중국은 음력설이 자국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의 보편적인 문화임에도 계속해서 '중국설'이라는 표현을 고집하고 있다.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 때도 '중국설'이라는 문구를 사용했으며, 중국 누리꾼들은 서 교수 등 '중국설' 표기 시정을 요구하는 이들에게 악성 댓글 테러를 하기도 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