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는 기존에 대학생만 신청할 수 있었던 관공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19~29세 청년 모두가 신청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정원오 구청장(사진 가운데)이 행정체험단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성동구청)
원본보기 아이콘‘쾌적한 근무환경, 상대적으로 높은 시급, 떼일 염려 없는 월급’
대다수 아르바이트생이 선호하는 ‘꿀알바’의 조건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청년들을 위해 마련한 이런 좋은 조건의 아르바이트는 서울에만 연간 3000개 이상, 전국적으로는 수만 개의 자리가 있지만, 대학을 다니지 않는 청년들에게는 굳게 문이 닫혀 있다.
매년 겨울방학과 여름방학마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에서는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다. 서울시는 이달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집해 250명을 선발했고, 관악구 100명, 광진구 80명 등 구청마다 적게는 30명에서 많게는 100명까지 지원자를 대상으로 추첨해 선발을 마쳤다.
대학생 아르바이트·행정체험단. 행정인턴 등 지자체마다 명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하는 일은 같다. 이들은 구청이나 동주민센터, 복지관, 도서관, 박물관, 청소년센터 등에 배치돼 행정업무를 단순 보조하거나 자료 정리, 행사 지원 등을 한다.
매년 두 차례 방학 기간에 맞춰 4~6주만 채용하기 때문에 한시적 아르바이트 자리다. 이들을 모집하는 지자체도 일손 부족 때문이라기보다는 관내 거주 청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회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런 취지 때문인지 선발인원의 20~30%는 기초생활수급권자나 차상위계층, 국가유공자 가족, 다문화가정 자녀 등에게 우선 배정해 혜택을 준다.
단기 아르바이트지만 평균 경쟁률 10대 1 안팎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송파구는 지난해 행정인턴 60명을 뽑는데 700명 이상이 지원해 경쟁률이 11대 1이었고, 은평구에서도 지난 여름방학 50명을 선발하는데 460명이 몰렸다.
생활임금을 적용하기 때문에 시급은 1만1436원. 2024년도 최저임금(9860원)보다 16%가량 높다. 주휴수당이 따로 지급되고, 밥값을 별도로 주는 곳도 있고, 고용·산재보험도 가입된다. 하루 5시간씩 4주를 일하면 159만원 정도를 손에 쥘 수 있다.
취지는 좋지만 다만 아쉬운 건 아르바이트 대상을 대학생으로 한정했다는 점이다. 같은 청년이라도 대학생이 아니거나 방송통신대학이나 사이버대학 등과 같은 곳에 재학 중인 청년들은 지원할 수 없다.
이런 ‘관행’을 최근에 성동구가 깼다. 성동구청은 이달 15~21일 기간 행정체험단 80명을 모집하는 공고를 내면서 대학생으로 제한했던 참여 대상을 성동구 거주 19~29세 청년으로 확대했다. 그러면서 ‘대학생 행정체험단’으로 불렀던 명칭도 ‘청년 행정체험단’으로 바꿨다. 서울 자치구 중 최초의 일로, 취지가 무색하게 관행적으로 해왔던 학벌주의와 차별을 개선한 것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학력 차별 없이 청년들이 미리 행정을 경험하고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지역 청년들이 구의 다양한 행정 현장을 체험하며 구정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키우고 청년 눈높이에 맞는 아이디어를 직접 제안하고 공유하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